STX다롄 위기, 중국 금융당국 편향된 정책도 한몫

2013-05-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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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조선업 육성 위해 외자기업 차별, 제작금융·RG 규제 강화 <br/>강덕수 STX 회장, "80% 중국화된 기업에 금융혜택 없다" 불만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 1월 강덕수 STX 회장은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국내 기업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강 회장은 “한국 조선업체도 중국 업체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정책금융을 받게 해달라”며 “조선업 특성상 금융을 끼고 갈 수밖에 없는데 중국 정책금융기관들은 외자기업에 금융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 중국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들이 총동원돼 자국 조선업체에 엄청난 금융지원을 쏟아 부으면서 외자기업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꼬집은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의 중국 내 핵심 생산기지인 STX다롄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 거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으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형평성을 잃은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금융지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중국의 선박금융 지원 규모는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선박금융의 20%를 차지했다.

중국은 해운 불황기에도 자국 조선업체들에 선박 제작금융을 적극 지원하면서 발주 물량을 쓸어담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선수금과 중도금 비중을 낮추고 선박을 인도할 때 받는 잔금 비중을 높이는 ‘헤비테일 방식’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정부 지원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박을 수주하면 선수금 30%를 받고 선박을 건조하는 중에 중도금 30%를 회수한 뒤 나머지를 잔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중국 업체들은 발주 물량을 독식하기 위해 선수금과 중도금을 아예 받지 않고 잔금도 선박 인도 후 상당 기간이 지나 회수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자기업에 대해서는 이같은 혜택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금융지원 제도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선수금환급보증(RG) 제도다. 조선업체가 선박을 기한 내에 인도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나 보험사 등 보증을 선 금융기관이 선수금을 대신 환급하는 것으로 조선업체가 수주를 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믿을만한 조선업체에 RG를 발급해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국 금융기관들은 기술력이나 설비가 열악한 자국 업체들에 대해서는 RG를 적극적으로 발급해주는 데 반해 외자기업의 경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STX다롄의 경영난이 악화된 것도 RG 발급에 미온적이었던 중국 금융기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덕수 회장이 장즈쥔 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STX는 중국에 28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이미 80%가 중국화된 기업인데 금융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한 것도 이같은 중국 당국 및 금융권의 정책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STX다롄의 협력업체 대표는 “STX다롄의 수주 잔량이 16척 가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권에서 선박 건조비용 지원이나 RG 발급을 막으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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