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애환 어린 ‘용산별곡’

2013-05-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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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한일, 대우, 벽산 등 사옥 건립 후 사라져

LS용산타워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최근 개발 사업이 좌초돼 허허벌판으로 남겨진 서울 한강로 4가 40-1번지. 이 일대 대지를 찻길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는 건물 하나가 있다.

‘LS용산타워’로 불리는 ‘국제센터빌딩.’ 1984년 준공될 당시 건물 외형이 9개의 각을 이루는 독특한 기하학적인 구조로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선정된 용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빌딩이다.

서울역에서 시작해 삼각지역, 신용산역을 지나 한강철교로 이어지는 약 4km 거리의 직선대로 주변에는 LS용산타워처럼 부침 많은 재계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이 많다.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서울 강북의 알짜배기 땅이었으면서도 일본군과 미군의 주둔으로 개발 역사에서는 외면된 용산에서, 세계시장 제패를 꿈꾸던 기업들이 많았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국제센터를 탄생시킨 첫 주인 국제그룹은 한 때 재계 7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이다. 하지만 창업주였던 양정모 회장(2009년 작고)이 건물 집무실을 이용한 것은 3년이 채 안됐다. 1986년 정부의 부실기업 정리로 한일그룹에 흡수됐다.

한일그룹은 모회사인 한일합섬이 1973년 처음으로 1억불 수출의 탑을 받는 등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었지만 1998년 부도로 일생을 마쳤다. 2002년 이랜드가 국제상사를 인수하며 세번째 주인으로 정해지는 듯 했던 국제센터는 2007년 LS그룹의 E1이 다시 회사를 가져간 뒤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LS용산타워가 됐다.

서울역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서울스퀘어타워’는 대우그룹의 본사이자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이 구현됐던 ‘대우센터’였다. 1999년 그룹 해체 후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였던 대우건설이 소유하고 있던 대우센터는 2006년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금호측은 건물을 손에 거머쥔 지 1년도 안돼 모건스탠리에 매각했고, 이로써 대우센터는 대우와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졌다.

대우센터 주변에 있는 건물중 대우그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는 김우중 전 회장이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대우재단(현 한국학술협의회) 소유의 대우재단 빌딩과 미국 유학 도중 사망한 맏아들을 기리기 위해 모교에 기증한 연세빌딩 정도다.

동부화재가 2010년 매입한 서울 게이트웨이타워의 원래 이름은 ‘벽산 125빌딩’였다. 1991년 벽산그룹이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이 건물은 유명 건축가 김수근씨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설계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1년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인 GRA에 매각 된 뒤 2005년에는 밉스자산운용에 팔렸다가 동부화재로 주인이 바뀌었다.

CJ본사와 함께 용산의 터줏대감을 자임했던 GS건설은 내년이면 용산 사옥을 떠난다. 용산 사옥은 여의도 쌍둥이빌딩이 완공된 1986년까지 LG그룹 본사로 사용됐던 유서깊은 건물이다. GS건설은 지난 3월 건물을 베스타스 자산운용에 1700억원에 매각한 뒤 청진사옥이 완공되는 내년까지만 임차하기로 했다. 1988년 이곳으로 들어왔던 GS건설은 국내외 건설·플랜트 사업 부진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밖에 건물을 매입하지는 않았으나, STX그룹은 2007년 지금의 STX남산타워로 입주했으나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중이다.

이들 기업들의 흥망성쇠는 용산의 역사를 이어가는 또 다른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라진 기업만큼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들어서 상처를 덮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천혜의 기업 입지조건을 갖춘 용산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업의 성공스토리의 명맥이 끊어졌다”며 “하루 빨리 용산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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