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문서상으로 보면 주택시장의 '갑을관계'는 이미 뚜렷하게 명시돼 있다. 부동산 계약서는 집을 팔려는 매도자를 '갑'으로 표시한다. 반대로 집을 사려는 매수자는 '을'이 된다. 물론 이는 매매자와 매수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주택시장에서는 계약서와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갑을관계'가 갈린다. 주택 거래가 뜸한 한 수도권 신도시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전에 거래금액을 협의해놓고 100만원 차이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기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매수자가 다른 물건을 계약하겠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때 '갑'은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된다. 매도자는 졸지에 '을'이 돼 계약을 하려면 100만원이나 되는 돈을 깎아줘야 한다.
매도자가 '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4·1 부동산 대책과 재건축시장의 회복, 기준금리 인하 등이 힘을 받으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수자가 집을 사려 해도 매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꼭 사야 하는 경우이거나 꼭 팔아야 되는 경우일수록 '갑'과 '을'의 관계는 극명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리적으로 거래할 수 있을까. 딱히 해결책은 없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현명한 중재자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은 매우 폐쇄적이고, 물건 하나하나마다 개별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은 '아쉬울 때 팔아야' 하고, '비싼 듯 사야' 내것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