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한민국은 미투 공화국

2013-05-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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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5~10년 정도 소요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미투 제품 수십종이 시중에 쫙 깔립니다. 한국 시장은 참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골치 아픈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만난 수입화장품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경기침체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의 약진으로 수입화장품 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브랜드숍의 약진에는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한몫했지만 유명 수입화장품과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국내 업체의 '미투 제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투(Me Too)는 '나도 똑같이'라는 뜻으로 흔히 유사품을 일컫는다. 마케팅 전략의 한 방법이지만 유명 브랜드를 모방,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비도덕적인 상술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식음료 업계에서 빈번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업계까지 미투 상품이 퍼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무분별한 미투 제품을 쏟아내면서 비슷한 화장품들이 이름만 다른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물론 미투 제품이 '절대 악'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무분별한 제품이 업계 전체의 공정한 경쟁을 흐린다는 것이다.

국내 1·2위 화장품 기업의 미투 제품 소송전을 볼 때마다 씁쓸하기 그지 없다. 또 수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기업이 된 유명 브랜드숍의 히트 상품도 미투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비슷한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미투 제품이 좋다는 소비자도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 개발자의 의욕을 꺾는다"며 "원조가 미투 상품에 밀려나는 부작용으로 인해 정체성 없는 카피 제품들만이 넘쳐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드숍은 더 이상 동네 앞 구멍가게가 아니다. 윤리를 저버린 카피 제품과 주먹구구식 운영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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