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과장급 인사는 정책 전반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실무진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이동이 향후 정책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초기 인사라는 점에서 실무자 인사는 고위공직자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느 가운데 벌써부터 기피 부서와 선호 부서가 나타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장급 이하 인사가 임박하면서 기피 부서가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승진과 이력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이고 장기적 정책을 수립하는 부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실과 세제실을 승진의 바로미터로 잡고 있다. 대부분 실·국장과 장·차관도 예산실과 세제실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석준 2차관은 예산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승진이 임박한 과장급 실무자들은 예산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이같은 예산실 선호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 내 분위기다. 오히려 경제정책국이나 대외경제국, 재정관리국 등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 선호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무진들은 고위직과 달리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업무량이 늘어난 예산실과 세제실을 피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최근 예산실은 업무량이 포화 상태다. 각 부처 예산 배분부터 내년 예산편성 지침까지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다.
세출구조조정도 조만간 손질해 하반기부터 적용하려면 야근은 기본이다. 현재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10시~11시, 새벽 1시를 넘기는 일도 허다하다. 아무리 승진과 경력이 중요하지만 지금 같이 정부 초기 산적한 업무를 떠맡는 것은 부담이 뒤따른다.
국제금융정책국과 국제금융협력국 등 국금과도 기피 부서 중 하나다.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일본 엔화 정책에 민감해진 시장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업무량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 부서가 기피 대상이 된 것은 정부의 세종청사 이전도 한 몫하고 있다. 과천 시절에는 지하철과 버스가 심야 시간대에 운행해 야근을 하더라도 부담이 없었지만 세종시는 야근 후 대체할 대중교통이 택시 외엔 대안이 없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야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경제정책국이나 대외경제국, 성과를 관리하는 재정관리국 등 시장 모니터링이나 통계 작성으로 정책을 지원하는 부서들이 세종청사로 이전 후 선호도가 높은 부서로 떠오르고 있다. 적절한 업무량에 퇴근이 빨라진 세종청사 스타일에 적합한 부서들이 실무진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기재부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세수확보와 재원조달을 위한 업무가 중요하다. 그만큼 예산실과 세제실은 당분간 비상인 셈”이라며 “이렇다보니 실무자들 사이에서 부서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