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권력지도] 청와대로 간 당 출신들...‘이러려고 선거 뛰었나’

2013-05-0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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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주진 기자=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당·국회 출신 행정관들은 요즘 무력감을 호소한다. 대선 때 선거판에서 동고동락했던 기자들과도 잘 만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전화 통화도 기피하고 있다.

'만나도 할 말이 없다'는 게 이유지만, '할 말은 많지만 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 분위기에 짓눌려 있다는 게 맞을 것이라고 여당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4월 초에는 청와대에 첫 사직서가 제출됐다. 국정기획수석실의 장경상 행정관이다.

'친박 핵심 행정관'으로 지난 대선 때 '십상시(중국 후한 말 영제 때 권력을 잡아 조정을 주물렀던 환관 10명)'란 별칭을 받은 보좌관 중 하나였다. 실세 중의 실세였기 때문에 눈길이 더 쏠렸다.

장 전 행정관의 사표 후폭풍이 새누리당 출신 행정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 행정관은 말했다.

정치권에서 청와대로 입성한 사람들은 이정현 정무수석을 포함해 약 70명 정도다. 이들 중에는 장 전 행정관과 같이 대선 승리를 주도했던 행정관 20여명이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 1·2부속실과 정무ㆍ국정기획ㆍ홍보 라인에 배치돼 있다.

당 출신 일부 행정관들은 당초 예상보다 급수를 낮춰 임명되면서 크게 허탈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 층층이 관료 출신 상사들이 군림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에 갇혀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엄격한 출퇴근과 짜여진 일과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도 이들을 옥죄는 장애물이다.

저녁 8~9시쯤이면 청와대 주변 식당가를 찾아 바람에 콩볶아 먹듯 정신없이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행정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장 전 행정관처럼 '원박'과 '신박' 간 기싸움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이들에게는 청와대에 남아도 승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청와대를 떠나 당·국회로 복귀해도 자리가 보장될지 불확실한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행정관들 중에는 '그럴 바엔 차라리 빨리 뜨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아 '줄사표'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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