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 기자 = #직장인 전모씨(37)는 최근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동안 7곳의 관광지를 돌아다닌 그는 제주도가 관광지인지 서울 시내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3년전에 왔을 때만해도 ‘한저옵서예’ 등 제주도 사투리를 간판에 내세운 지역 맛집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서울 시내에서나 볼법한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아직까지도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여전히 자영업자들이 대기업들으로부터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최근 2~3년 동안 대형 프랜차이즈가 급증하면서 서울 시내 한복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성산일출봉 입구에는 4개의 대기업 브랜드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매표소 근처에 들어서면 롯데리아, 엔제리너스커피, 스타벅스, 던킨도너츠가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 시내 번화가로 착각할 정도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커피숍이나 빅버거(제주도 지역 유명 음식) 전문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지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으면서 대기업들의 하나둘씩 터를 잡기 시작했다.
이같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진출로 인해 인근 자영업자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롯데리아와 20미터 떨어진 빅버거 전문점은 같은 햄버거를 팔고 있지만 대기업 브랜드에 맥을 못쓰고 있다.
빅버거 관계자는 "빅버거는 제주도의 유명 음식 중 하나이지만 관광객들이 대기업 브랜드에 익숙하다보니 롯데리아를 찾는 경향이 많다"며 "5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커피전문점과 도너츠 가게까지 생기다보니 매출은 자꾸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악산 입구에도 5~6개 점포 가운데 대기업 브랜드가 절반 이상이다. 토종 슈퍼마켓은 10m 거리에서 세븐일레븐과 경쟁 중이며, 그 옆에는 카페베네가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카페베네 7개, 롯데리아 6개, 엔제리너스 5개, 스타벅스 4개 가맹점이 운영 중이다. 대부분이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테디베어박물관, 송악산, 중문, 섭지코지 등 주요 관광지에 위치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지역 자영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 같은 관광 특구 이외에도 전국 주요 고속도로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에게 점령 당한지 오래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엔제리너스 33개, 카페베네 26개, 할리스커피 22개, 던킨도너츠 20개, 베스킨라빈스 12개, 롯데리아 10개, 뚜레쥬르 7개, 파리바게뜨 5개 등이 영업하고 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고속도로는 동반위 권고사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리 제한에도 걸리지 않는 이점이 있다"며 "점포 확장에 제동이 걸린 대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전략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영업부서 내에 별도 특판 사업부를 두고 올해 고속도로 점유율을 대폭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관광지와 고속도로를 점령하면서 기존 자영업자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특히 관광지와 고속도로 휴게소는 단골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 진출이 동네상권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