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만 키우는 생산중단공시…“손실파악 안돼”

2013-03-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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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중단 금액, 중단 기한관계없이 지난해 매출로 공시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판교사업소 열병합발전시설 보수공사로 9일부터 11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고 6일 공시했다. 생산중단 금액은 1289억원이며 보수공사 완료 후 즉시 가동이 가능하다.

이는 지역난방공사측이 낸 공시 내용이다. 이번 생산중단으로 1238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금액은 난방공사의 9~11일 생산중단금액을 지칭하지 않는다.

이처럼 상장기업 생산중단 공시가 실제 생산중단 금액을 정확히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10년 5월 화성지사 열병합발전소를 비롯해 지난 15일 판교사업소 열병합발전시설까지 3년 새 총 9번의 생산중단 공시를 냈다. 공시를 통해 밝힌 생산중단금액 총액만도 2조3745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해 매출액 1조9889억원마저 상회한 수치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가 공시한 생산중단금액은 허수다. 지역난방공사는 생산중단금액을 생산중단이 발생한 해당 사업소 전년 매출액으로 공시했기 때문이다.

즉, 지역난방공사는 3년 새 총 9번의 정기 및 보수 공사를 실시했는데 매번 공사기간은 평균 2~3일이 소요됐다. 단지 2~3일 동안 생산중단금액이 매번 전년 해당 사업소 매출 기준으로 공시된 것이다.

지역난방공사는 공시 상 생산중단금액이 크다 보니 투자자에게 해명 작업도 해야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2~3일 정기 검사일 뿐인데 몇 천억의 금액이 발생한 게 의아스럽다는 문의전화가 왔다”며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공시 규정을 따라야되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한국거래소의 생산중단 공시 규정 때문이다. 거래소는 생산중단금액이 전체 매출액 2.5%를 상회할 경우 의무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사업소 전년 매출액 기준으로 생산중단금액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생산중단공시는 금액보다 중단 사실을 알리는 기능이 우선시된다”며 “특히 기업의 생산중단기한을 확인할 수 없어 전년 매출액을 공시하도록 규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LG하우스와 무림페이퍼는 각각 화재와 단체교섭 협상결렬로 생산중단을 공시했는데 이들 기업은 기업생산재개 일자를 공시하지 않았다. 정확한 생산중단 금액을 산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거래소 규정대로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 규모가 생산중단금액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년 매출액 공시 규정은 지역난방공사 사례에서 보듯이 사측이 확인한 생산중단 일수를 통해 정확한 생산중단금액을 공시할 수 있음에도 공시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거래소 측은 생산중단 공시 규정이 실제 금액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와 같이 생산중단기한을 공시했음에도 획일적으로 지난해 매출액을 공시해야하는 규정은 투자자들이 혼동할 소지가 있어 (규정 개정을)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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