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10시간 동안 논의한 결과 키프로스에 100억유로의 구제금을 지원키로 했다. 구제금은 유로그룹과 IMF가 나눠서 지원한다.
이로써 키프로스는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에 이어 유로그룹의 5번째 구제금융국이 됐다. 키프로스는 은행들이 대규모 투자한 그리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융권 위기를 맞았다. 키프로스는 은행 정상화를 위해 100억 유로, 재정 운영을 위한 자금 70억 유로를 요청했었다.
구제금융 대부분은 은행 지원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키프로스는 모든 예금 계좌에 일회성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대해선 9.9%, 이하 예금에는 6.75%를 물린다는 조건이다.
미칼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정부나 은행 재정에 큰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예금자에게 부과금을 물리기로 한 점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오는 19일에 부담금 부과를 의회에서 승인받아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18일은 은행의 법정 공휴일이다. 일단 부담금에 영향을 주는 ATM과 온라인 등을 통한 계좌이체를 차단하고 있지만 부담금을 제외한 예금 잔액은 계좌이체나 인출로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례적인 부담금 정책에 뱅크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담금에 예금자들이 분노하면서 스페인처럼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키프로스에서 유일하게 열린 저축대부조합 영업점에 돈을 인출하러 온 고객들이 줄을 섰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2000여명의 예금자들은 이날 저녁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예금자는 부담금 부과에 대해 “도둑질과 다름없다”며 “유로그룹은 이같은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프로스 정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예금 흐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유로그룹의 이례적인 부담금 부과에 러시아에서 반발하고 있다. 유로그룹이 키프로스 은행에서 돈세탁을 목적으로 예치된 러시아계 자금이 상당하다는 판단에 이같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