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왕후닝이 새로 만들어질 외교담당 부총리를 맡아 외교 정책을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외교담당 부총리직은 이번에 신설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년간 공산당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맡아온 그가 앞으로도 대내외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 태생으로 상하이 푸단대 교수를 지낸 왕후닝은 1995년 중앙정책연구실 정치조(組) 조장으로 부임한 뒤 18년간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를 거치며 많은 정책 개발에 참여해 왔다.
장쩌민 계파인 상하이방에 속하는 왕후닝은 장쩌민의 충실한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후진타오 정부에서도 막후에서 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SCMP는 이를 두고 장쩌민과 후진타오간 권력 투쟁을 감안할 때 ‘기적적인 정치적 재주’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에서는 장쩌민의 ‘3개 대표 중요사상’과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 등 지도자의 지도 이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지도이념은 현재 공산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 지도사상으로 포함됐다.
그는 또 중국의 외교 전략과 대외 정책을 짜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왕후닝은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외국 방문 때마다 동행했고 시진핑(習近平)이 지난해 11월 공산당 총서기가 된 이후에도 그의 지방 방문 때 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왕후닝이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과 연설문 작성자 등에 해당하는 여러 복합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다. 진찬룽(金燦榮)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왕후닝이 미국과 서구식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치학에 대한 깊은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시진핑 시대에도 막후에서 기존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교수는 왕후닝이 앞으로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에 관여할 것이며 시 주석의 연설문도 작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 문제에서도 정치국원 중 유일한 외교 문제 전문가로서 시진핑의 수석 보좌관 역할을 하면서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이끄는 외교 투톱 위에 군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