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지영환(45) 경위는 십수년간 학교폭력(학폭) 문제에 매달려 온 ‘학폭 전문가’다. 그는 최근 학폭 문제를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대응 매뉴얼을 제안한 국내 최초의 학교폭력 학술서 ‘학교폭력학’(그린)을 펴냈다.
지 경위는 경희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각 법학박사와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학폭 문제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데도 이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책이 없었다”며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폭을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한 책을 쓰게 됐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지 박사가 학폭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게된 건 1997년 무렵이다. 당시 경찰대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근무한 그는 서울 휘경여고 등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 확인한 학폭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며 “학폭은 단순히 소탕해야 할 범죄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나라의 장래에 엄중한 문제다”라고 전했다.
지 박사는 “폭력 학생들을 일컫는 ‘일진회’라는 표현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진회’라는 말 자체가 학생들을 하나의 폭력 조직으로 묶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징벌보다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며 “단순 폭력은 계도하고 보복폭행에 대해선 엄벌해 법질서의 엄중함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는 추천문에서 지영환 박사를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 에 소개 된 ‘일만 시간의 법칙’의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고 극찬했다. 오 교수는 “그에겐 뛰어난 재능이나 운, 그리고 단기간의 노력 보다는 흔들림 없는 꾸준한 정진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처럼 하루 세 시간씩,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을 보내야 만들어 지는 1만 시간을 그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그만의 삶의 스타일 ‘뚝심’과 ‘집념’을 추구한 인물이다” 라고 평가했다.
김종관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20년이 다 되어가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내가 휘경공업고등학교 교감 재직시 지영환 박사가 경찰대학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폭력 예방’ 특강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학교를 나눔과 배려로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일을 함께 하면서,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바라본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어 비행과 생활지도, 상담과 징계 그 조화를 꾀하려 고민하는 현장갈등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저서를 평했다.
지영환 박사는 2004년 ‘시와시학’ 신춘문예 당선, 2006년 그의 첫 시집 ‘날마다 한강을 건너는 이유’를 민음사에서 냈다. 소설 ‘조광조 별’(형설라이프)을 내기도 했다. 전문서 ‘국가와 도청’, ‘국가 수사권 입법론’, ‘금융범죄론’, ‘공무원범죄학’(형설출판사), 2012년 ‘경찰 직무스트레스 이해와 치료’(학지사), ‘외침’, ‘벼랑 끝에 선 아이들의 간절한 비명’(형설라이프), 2013년 ‘학교폭력학’(도서출판 그린), ‘대통령 대(對) 의회’(경인문화사) 등 14권,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 논문 30여 편을 발표했다.
지 박사는 마지막으로 ”폭력 학생을 죄인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올바른 인성 교육이 필요한 학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