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길] 대통령의 휴일

2013-03-07 17:36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주진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휴일이 길어지고 있다. 그만큼 고심도 깊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 외에는 이렇다 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취임 3일째인 2월 27일 수석비서관 회의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가 전부였고, 2월 28일, 3월 2·3일, 5일에는 일정이 아예 없었다.

박 대통령은 3ㆍ1절 행사 참석과 4일 대국민 담화 발표, 두 번째 수석비서관 회의 등 이달 들어 일정 3개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박 대통령의 징검다리 휴일 행보는 정부조직법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무언의 시위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식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데 오히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몫 거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지금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안보가 위기에 처해 있고, 글로벌 경제위기와 서민경제도 매우 어려운 실정"인데도 박 대통령의 '두문불출' 휴일 행보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민생 대통령'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민생 현장을 방문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청와대에 입성한 후 딱 세 번 외출했다. 취임 이튿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축하 리셉션과 세종문화회관 3ㆍ1절 행사, 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가 전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구축 등 국정핵심가치의 기초를 100일 안에 쌓는다는 각오로 일해 달라"며 강도 높은 속도전을 당부했다.

'휴일'과 '속도전'은 너무나 상반된 느낌이다. 국민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뜰히 민생을 챙기는 여성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

결국 '정부조직법'과 '국정 공백'의 딜레마 속에서 얼어붙은 정국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