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10∼12월) 누계 4조7193억원 상당의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기간 현대증권 계약금액 11조9543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현대증권이 랩어카운트 시장점유율 1위업체인 삼성증권을 멀치감치 따돌린 데는 100억원 이상의 기관투자자 대거 유치가 주효했다.
이 기간 현대증권의 100억원 이상 계약금액은 11조4564억원에 달하지만 삼성증권은 2조6886억원에 불과했다. 계약건수도 현대증권이 124건, 삼성증권이 41건으로 3배 가량 차이가 났다.
이같은 현상은 타 증권사에서 나타난다. KDB대우증권의 100억원 이상 랩 계약은 229건이며 계약금액은 9조7162억원에 달한다. 반면 랩 강자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도 100억원 이상 랩 계약은 10건, 계약금액은 6515억8100만원에 그쳤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고객은 대부분 기관 법인들이며 이들은 채권형 랩에 투자했다. 현대증권의 모 고객의 계약금액은 1조원을 상회하고 기금고객도 있다는 전언이다. 통상 채권형 랩은 주식형 랩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아 개인투자자들보다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의 경우 채권형 랩에 주력하기 때문에 들어온 자금 규모도 컸던 반면, 삼성증권 등은 개인고객 유치에 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층에 따라 각각 증권사에 장단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이 계약금액이 높았지만 반드시 삼성증권보다 수익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개인투자자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개인 고객들은 펀드 등 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고객이며 수수료도 높아 증권사에 발생시키는 수익이 규모가 크다.
반면 채권형 랩의 경우 수수료가 낮지만 계약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건당 발생하는 수익 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계약금액만으로 랩 시장 증권사 서열을 가릴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사별로 랩 총계를 공개하는 자료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어떤 랩 상품에 어떤 계좌가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고 각 사별로 랩 종류도 많고 상품판매 과정 등도 모두 다르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