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손발 묶인 박근혜 정부

2013-03-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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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 글로벌 인재까지 떠난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대한민국 박근혜호가 항구를 떠난 지 일주일 만에 난파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조직과 인사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부처도 없고 장관도 없는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전격 사퇴했다. 삼고초려하며 영입한 글로벌 인재마저 정치권에 혀를 내두르며 고국을 떠난 것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송진흥 기능의 미래부 이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것이(과학기술과 방송통신 융합)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서는 "미래 성장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야당의 발목잡기 행태와 여당의 무기력함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후보자도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손발이 묶인 박근혜 정부는 조직 곳곳에 구멍이 뚫리면서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시 신설·개편될 예정이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미래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인사청문회 지연과 후속인사로 장관, 1·2차관이 모두 공석이다.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의 유행어가 회자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부와 해수부의 경우 직무범위나 기능 등이 확정되지 않아 유령부처인 셈이다.

경제 컨트롤타워와 새 정부의 역점 과제인 창조경제부를 이끌 주무부처의 부재에 따라 경제정책이 장기 표류할 판이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침체, 들썩이는 물가 등에 대한 위기관리는커녕 신성장동력 발굴도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경제정책은 위기 대응이나 개발이나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하겠다는 정부의 발목을 정치권이 잡는 상황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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