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는 회사 서버에 기록되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당할 경우에 된서리를 맞을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에 대한 공정위·국세청·검찰 등 사정기관들의 조사가 잇따르면서 담당자들이 전자문서로 기록을 남기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당할 경우 종이문서뿐 아니라 전자문서들이 저장된 컴퓨터 본체 및 회사 서버까지 압수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담당자들이 협력업체 등과 이메일로 의사소통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한 유통업체 바이어는 "최근 공정위 조사가 잦아지면서 협력업체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간단한 의사소통은 주로 메일로 했는데 요즘은 불편해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메일에 담긴 내용이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도 꼬투리를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에 기록을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중소업체와 상생·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유통업체들에 대한 각 사정기관들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은 3년 전부터 공정위로부터 판매수수료 및 장려금·판촉비 전가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마트는 노조설립 방해 등의 의혹으로 올해 초부터 고용노동부로부터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식품업체들도 지난달 가격담합 등에 대한 의혹으로 공정위로부터 대규모 직권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사정기관들의 조사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과도한 판매수수료 및 장려금과 판촉비 전가 등의 불공정행위를 놓고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예고돼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기록을 남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메일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이은 규제와 조사로 업체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