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사흘째인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에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상요인이 누적됐던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 등이 한꺼번에 인상되는 경향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뒤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인상으로 인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5면>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새 정부 출범 사흘째를 맞았지만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내각 공백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생을 적극 챙기면서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 관련, "공약사항을 점검하고 문제점들을 파악한 후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며 "지금 증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공약사항 이행 시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을 거둘 것부터 생각하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먼저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중심으로 가능한 안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직접 증세 없이 연간 27조원의 복지재원을 세출 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 확대로 마련하겠다고 한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정치권 등에서 대선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기하고 있는 '증세론'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박 대통령이 물가안정대책을 주문함에 따라 28일 긴급 차관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현 상황에서 장관급 회의가 열리기 어려워 차관 주재로 28일 물가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 첫 물가대책회의인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민생과 밀접한 농산물, 식품가공품, 석유류 제품 등 세 가지 분야의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우선 정부가 비축한 농산물을 방출함으로써 수급 안정을 꾀하고 식품가공품 가격 안정을 위해 물가상승분을 초과한 가격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해당 업계에 당부한다는 방침이다. 곡물 수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입업체 융자·보험 제공 등 지원책을 제시하고, 유지류·설탕 등의 할당관세는 현행대로 유지함으로써 식품 원자재의 수입가격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알뜰주유소 등 기존 석유류 안정대책은 재평가해 확대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