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조석 지경부 차관의 '인생유전'

2013-02-25 15:18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조석 제2차관과의 인생유전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윤상직-무역학과·조석-외교학과)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30여년간 산업 정책과 에너지, 통상 업무를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 꼽힌다.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윤 차관과 조 차관은 가는 곳마다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다정한 동료이자 숙명의 라이벌로 자리매김 했다.

처음에는 조 차관이 한 걸음 앞서가는 듯했다. 조 차관은 산업자원부의 주요 요직을 지내며 승승장구 했다. 2004년부터 2년간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으면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위해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했으며 방폐장 부지 선정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산자부 에너지정책국장 시절에는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산업정책국장·성장동력실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온화한 성품에 워낙 친화력이 뛰어나 선후배간 신망이 두터웠다.

이후 차관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취임 4개월 만에 지경부 제2차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앞서 김정관 제2차관이 9·15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에너지 전문가로 손꼽히던 조 차관이 구원투수로 복귀한 것이다. 많은 이들을 혼란케 했던 대정전 사태가 조 차관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반면 윤 차관은 조 차관보다 차관직에 먼저 올랐지만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산업정책과장과 자원개발정책관, 산업경제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거쳤지만 갑자기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가면서 탄탄대로에 다소 빛이 바랬다.

대부분 윤 차관을 '지는 해'로 여기며 시선이 멀어졌지만 2010년 2월 지경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복귀해 건재를 과시했다. 또 그 뒤 한 달 만에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다시 발령나면서 인생 역전드라마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이듬해 5월에는 지경부 제1차관에 올라 부활의 날개를 폈다. 위기가 오히려 보약이 된 것이다.

새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를 놓고 두 사람은 또 다시 얄궂은 운명에 휩싸였다.

기자들을 비롯해 안팎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던 조 차관은 수시로 하마평에 오르면서 주변의 기대감을 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조 차관은 기자들과 격의 없이 만나 "평소 (내게) 악감정 있었다면 계속해서 하마평을 써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후보군이 점점 압축되면서 스스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윤 차관은 상대적으로 관심사 밖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인 정보지에 한 번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 것이 마지막이었다. 윤 차관 자신도 마음을 비웠다는 듯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편한 사석에서도 최근 군입대한 아들 얘기와 근육 만들기 등 신변잡기를 풀어 놓는 것이 일쑤였다.

윤 차관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지경부는 한 껏 고무된 반응이다. 창부이래 첫 '차관→장관' 직행이라는 경사를 맞았으니 사기가 오를 수 밖에 없다.

홍석우 장관도 송별 만찬에서 "업무를 누구보다 잘아는 후배에게 바통을 건네주고 가게 돼 기분좋게 떠날 수 있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한숨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조 차관의 미묘한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기 때문이다.

인생은 정말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도는 모양이다. 두 사람 역시 이대로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관료 사회의 특성상 또 언제 어떻게 누가 기용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