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인 위안부 소녀상에는 숨겨진 탄생 배경이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기획단계에 깊게 관여한 것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리에 나선 할머니들의 한 맺힌 절규를 자주 접하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표출하고자 했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김 청장은 아이디어를 냈다.
할머니들이 지금은 허리가 굽고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과거 10대 중반이던 당시를 담아냈다. 꿈 많던 소녀의 모습이다. 그리고 단발머리에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더했고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혔다. 소녀 옆으로는 빈 의자가 놓였다. 진정한 사죄를 기다리는 의미다. 의자는 이외에 소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공간 등 다양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김 청장은 작년 12월 14일 첫 돌을 맞은 소녀의 생일을 조형물을 만든 조각가 부부, 시민들과 함께 축하했다. 그 자리에서 축하 노래를 불렀지만 가슴 한켠에는 뜨거운 감정이 북받쳤다. 미안함 때문이었다. 김 청장은 "언제까지 계속 기다려야 할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고 기억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