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기업들이 제출한‘집합투자업자등의 의결권행사(확정의안)’ 공시를 확인한 결과, 넥센타이어, 세방전지, 세방, KT&G 4개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거나 밝힐 계획을 가진 자산운용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주총 시즌 문을 연 넥센타이어 주총에서 지분 0.271%를 가진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은 재무제표 승인, 이익잉여금처분, 이사선임, 정관일부 변경안 4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또 넥센타이어 지분 0.05%를 보유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도 모두 찬성표를 행사했다.
오는 28일 주총을 여는 세방(주총일 28일) 지분 0.275%를 갖고 있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세방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오는 26일 주총을 여는 세방전지에 대해서도 안건 전부 찬성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는 세방전지 지분 0.13%을 보유 중이다.
세방전지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지분 4.3%를 가진 KB자산운용만이 감사위원회 선임건에 대해서는 전체 주식수 60만3610주 중 18만5010주를 불행사할 예정이지만 이외 안건은 찬성할 계획이다.
또 28일 주총을 여는 KT&G에 대해 지분 0.031%를 보유한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은 모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다.
그동안 자산운용사들이 기업 주총에서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계속 제기돼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57개 운용사가 기업이 올린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낸 비율은 97.50%로 압도적으로 높다. 반대는 0.39%, 중립은 1.53%, 불행사는 0.74%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12월 결산법인 코스피200사가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비율은 64.50%에 달했다. 운용사가 일반기업과 비교해도 적극적 주주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같이 운용사가 거수기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학계에서는 운용사와 증권사와의 연계영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들은 주주 의결권을 계열 증권사 연구원에게 위임하거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경우 통상 증권사 연구원이 쓴 담당 기업 보고서가 증권사 영업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 이해관계에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절반이 넘는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배포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기준으로 삼고 의결권을 행사 중이다.
삼성자산운용, 신한BNP자산운용 등 대다수 운용사들이 채택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보면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주요사항은 해당 종목분석담당자의 의견을 기초로 주식담당본부장(또는 주식운용담당임원)이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현재 운용사들은 종목분석담당자와 내부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위한 부서가 없다. 확인 결과 운용사들은 계열 증권사 종목분석담당자 즉 해당 종목 연구원을 통해 해당 기업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총회까지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사의 주총시즌 의결권 실태 점검과 함께 의결권 행사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