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도급업체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원사업자에게 지급명령을 내려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소송 결과 확정까지 대금을 못 받아 도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로써 원사업자로부터 돈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하루가 급한 중소하도급 업체는 임금과 물품 대금, 은행 채무 등에 쫓겨 결국 망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닌다.
공정위의 단속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갑’ 기업은 재의결을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일삼기 때문이다. 소송 등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2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중소영세 하도급기업은 소송비 부담과 사업을 하지 못해 경영이 위태로워진다. 하도급 업체 보호에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불공정 하도급행위로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과징금 및 깎인 하도급 대금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과징금 3억8600만원만 국가에 납부하고 36억원 가량의 하도급 대금은 아직까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성동조선해양은 선박블럭 조립 및 선박파이프를 제조위탁해오면서 계약시수를 깎는 수법을 동원해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저질러왔다.
관련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성동조선해양의 위법 행위를 적발, 제재를 내렸으나 부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핑계로 성동조선해양은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공정위는 성동조선해양의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 처분을 내리고 관련 재의결서를 작성 중이다. 그럼에도 성동조선해양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달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 업체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인 상황이다. 하도급 대금 지급 정지 가처분신청 등 행정소송이 본격 돌입되면 법원 판결 확정시까지는 하도급업체가 당연히 받아야할 대금이 묶인다.
공정위도 하도급 대금 지급명령을 처벌했으나 돈을 받아주는 기관이 아닌 관계로 영세한 하도급업체들은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송기관은 공정위 재의결서 결과를 보고선 판단할 문제로 홀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 영세 기업 살리기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현실적으로는 관련법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편에 더욱 유리한 구조라는 게 하도급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하도급 업체 사장은 “자금이 유통되지 않아 지난해 아파트에서 이를 처분해 임금과 물품 대금 등 사업상 밀린 돈을 지급했다. 현재 월세에서 사글세로 가야할 형편”이라며 “소송에 필요한 공정위 재의결서도 작성에만 한 달이 소요된다고 해 소송 시작 전 회사는 망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성동해양조선과 같이 공정위의 시정조치 불이행 시에는 검찰 고발 사유가 된다”면서 “재의결서 작성은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