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빚더미 탓 환옵션 매수? "해운도 환위험 무풍지대 아냐"

2013-02-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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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현대상선이 국내 3대 해운업체 가운데 처음 환위험 회피 차원에서 미국 달러화 풋옵션을 매수하기로 하면서 원화로 갚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매출이나 결제가 대부분 미화로 이뤄져 장부상 기능(주요)통화까지 달러인 해운업계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부채비율이 700%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난 원화부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화를 원화로 바꿔 빚을 갚아야 하는데 이때 따를 위험(원ㆍ달러환율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정한 값으로 달러를 팔 수 있는 권리인 달러화 풋옵션을 산다는 얘기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그룹 지배회사 현대상선은 연내 환 헤지 목적으로 자회사 현대증권 중개를 통해 2766억8200만원 한도인 달러화 풋옵션을 장외(시중은행) 매수할 계획이다. 환 위험에 대비해 통화옵션을 사기로 한 것은 회사를 세운 이래 처음이라는 게 현대상선 측 설명으로 해운 3사 가운데 나머지 한진해운이나 STX팬오션에서는 아직 이런 사례가 없다.

최근 현대상선은 원ㆍ달러 환율 10% 변동시 순손익에 미칠 영향을 15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 반면 이는 수시로 바뀌는 평가손익 성격이 짙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현대상선을 비롯한 해운업체는 장부를 작성할 때 원화로 환산해 표시만 할 뿐 기능통화인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삼는다. 장부에는 원화로 적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질수록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운항비나 인건비를 제외한 해상운임이나 용선(선박대절)료가 모두 달러를 기반으로 해 실제 영향은 크지 않다.

반면 현대상선이 이번에 환 헤지에 나서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배 가까이 불어난 회사채 만기 도래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측 미상환 회사채 규모는 2008년 말 9000억원선에서 2012년 9월 말 2조4000억원선으로 170%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90% 미만에서 670% 이상으로 50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이에 비해 STX팬오션 측 미상환 회사채 액수는 작년 9월 말 1조2000억원선으로 현대상선 절반 수준에 머물렀으며 부채비율 또한 270%를 밑돌았다. 현대상선과 유사한 환 헤지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꼽히는 회사는 한진해운이다. 이 회사 부채비율은 같은 시기 620%를 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은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크게 늘려 왔다"며 "만기가 대부분 3~5년인 점을 감안하면 상환이나 차환을 위한 원화 조달 수요가 이제부터 본격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세적인 원화 강세 국면에 들어서면서 지금껏 해운업계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환율이 재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이런 상황은 해운업체마다 회사를 세운 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말 1300원을 넘었다가 전일 현재 1080원선으로 약 4년 만에 20% 가까이 떨어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통화옵션 매수 계획을 잡은 것"이라며 "현대증권을 통해 환 헤지에 나서는 점 또한 업계 최상위권인 이 회사 금융 노하우를 백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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