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위기 대형사로 확산되나

2013-02-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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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거래 정지'… 업계 '후폭풍' 우려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쌍용건설의 주식매매 거래정지 소식이 들려오면서 설 연휴가 지나고 또 다시 대형 건설사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건설은 그동안 회사 매각이 수차례 불발되며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하루 빨리 대주주 출자전환과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 폐지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쌍용건설이 벼랑에 몰리면서 다른 건설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부 건설사들은 매출 증가 등 외형적 성장을 일궜지만 영업이익 감소 등 내상도 적지 않게 입었다.

건설업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일 새 정부에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건의사항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시공순위 13위 쌍용건설, 자본잠식, 상장폐지 위기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완전 자본잠식설에 휩싸이며 지난 8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 매각과정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할인 매각에 나서면서 실적에 대규모 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업계에서는 3월 중순까지 증자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이 회사의 상장 폐지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의 대형 건설사로 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크다. 싱가포르 등 해외건설시장에서도 선전하며 최근 3년간 해외에서 18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대형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난관에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촉발됐다.

쌍용건설의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후 회사 매각을 추진했지만 지난해에만 4차례나 실패하면서 자금난은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잇따른 매각 실패로 유상증자가 사실상 힘들어진 가운데 추가 신용등급 하락과 워크아웃 등의 악순환을 맞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이 필수이지만 현재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해외 업체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약 1500억원 규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캠코 등 채권단은 선뜻 출자전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되면 1400여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뿐만 아니라 해외건설시장 경쟁력 상실 등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정부 및 캠코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며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단간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풍지대 없다” 위기감 확산… 새 정부에 건의사항 봇물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지 않고 경영을 유지해오던 쌍용건설의 위기는 건설업계 내부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벽산건설이나 풍림건설 등 중견 업체들의 법정관리도 파장이 상당했는데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협력업체 도미노 부도 등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그룹에 속한 대형 건설사들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해외시장에 지속 진출한 결과 매출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 유동성 위기 해소방안으로 그룹 차원의 대규모 증자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이달 초 두산건설에 유상증자 4500억원 등 1조원의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시공순위 1~10위권 건설사들은 대부분 5000억~1조원가량의 증자를 실시해 왔다.

그런데도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연초부터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는 약 5조원 규모다. 이 중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신용등급 A- 이하만 약 2조2800억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건설업계는 최근 잇달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규제완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건설협회는 대통령 선거 직후 박근혜 당선인에게 보금자리주택 임대전환 등의 방안을 호소했다. 대형건설사 모임인 한국건설경영협회도 최저가낙찰제 폐지 등 제도개선 과제를 인수위에 전달했다.

5개 건설 관련 협회·단체는 최근 합동으로 주택·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문별 개선과제를 건의하기도 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 수익이 낮아 건설사뿐만 아니라 하도급 협력업체까지 위기라며 아우성치고 있다"면서 "새 정부에서 건설경기 활성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착륙을 위한 최저가 낙찰제 폐지, 공공발주시스템 개선, 적정공사비 현실화 등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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