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경유와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내수 압박에 밀려 정유사가 수출 활로를 찾았지만 수익성은 저조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제품은 역대 최대 수출액으로 국내 수출품목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례적으로 2·4분기 석유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특히 석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이 극히 저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의 경우 과거에도 영업이익률이 평균 1.4% 정도로 낮았지만 지난해 4분기엔 0.6%까지 떨어졌다. GS칼텍스와 S-OIL은 4분기 석유사업부문 영업손실을 입어 그나마 SK에너지는 선방한 편이다. 석유제품은 지난달에도 수출 1위를 달렸지만 실적은 전혀 딴판인 것이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하락과 원유 재고평가 손실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수출 물량은 늘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는 “정유사의 수출비중이 늘어난 것은 국가차원에선 긍정적이지만 정유사는 유가 변동과 환율 등 수출환경의 변수에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정유사가 수출에 의존하게 된 데는 정부 물가정책의 영향이 컸다. 내수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정부가 석유수입을 장려하면서 정유사가 밖으로 물량을 밀어내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름값 인하 유도책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알뜰주유소는 800개를 넘어서 내수시장점유율이 7%에 육박하고 경유 수입물량도 10%에 이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일본 정유사들로부터 경유 유입이 집중되면서 국내 정유사에 대한 역차별 등 특혜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시설자금 및 대출을 지원하고, 전자상거래용 수입석유에 대해서는 무관세와 수입부과금 환급, 바이오디젤 혼합 면제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안겼다.
정부는 올해도 알뜰주유소에 대한 중소기업 특별세액 20%를 감면해주고 수입석유에 대한 세제혜택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3월 말에는 취급 물량이 커져 가격협상력이 높아진 알뜰주유소가 석유공사를 앞세워 정유사를 상대로 재입찰을 실시한다.
사실상 정유사는 이같은 내수경쟁 압박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 시장 관계자는 “그간 수입 경유 공세에 맞서 가격 대응에 안간힘을 써왔던 정유사들이 최근엔 실적 타격이 컸기 때문인지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