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특히 주주 의결권을 계열 증권사 연구원에게 위임하거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연구원이 쓴 담당 기업 보고서가 증권사 영업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 이해관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1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절반이 넘는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배포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기준으로 삼고 의결권을 행사 중이다. 일반 제조업 기업의 경우 투자목적으로 다수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도 의결권 행사 공시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다. 때문에 의결권 행사 지침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자산운용, 신한BNP자산운용 등 대다수 운용사들이 채택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보면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주요사항은 해당 종목분석담당자의 의견을 기초로 주식담당본부장(또는 주식운용담당임원)이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현재 운용사들은 종목분석담당자와 내부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위한 부서는 없다. 확인 결과 운용사들은 계열 증권사 종목분석담당자 즉 해당 종목 연구원을 통해 해당 기업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총회까지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연구원이 개별종목 보고서를 쓸 때 계열 운용사 펀드매니저를 대동해 현장 탐방을 갈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귀뜸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이민형 연구원은 “최근 A 운용사에 확인한 결과 B사 주주총회에 A 운용사 계열 증권사 연구원과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증권사 연구원의 경우 해당 기업 탐방 등 친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에 반하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 역시 “계열 운용사가 해당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메일이나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금투협 의결권 행사 지침에‘종목분석담당자’의 의견 반영 조항은 운용사가 주주총회에서 ‘거수기’로 전락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해석이다.
이민영 연구원은 “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 지침을 원칙 또는 참고로 삼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과 금투협 의결권 지침의 내용이 유사하지만 주총 안건 반대율은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제조기업과 비교하면 운용사의 반대율은 현저히 낮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57개 운용사가 주주총회에서 기업이 올린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낸 비율은 97.50%다. 반대는 0.39%, 중립은 1.53%, 불행사는 0.74%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12월 결산법인 코스피200사가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비율은 64.50%다.
또다른 증권사 연구원은“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관련 성실성이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반대의견은 0.5%미만으로 매우 저조하다”며 “이는 경영진 감시 역할과 같은 운용사의 최소한 경영 관여 활동도 현재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