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유로존 정치리스크가 다시 점화됐다.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정치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다. 라호이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야당 및 일부 시민들은 라호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총선 유세 중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감세공약을 남발, 재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지난해 거둔 재산세 40억 유로를 현금으로 환급하고 세금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페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의 격차가 5%로 좁아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엄습해오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였던 마리오 몬티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돈으로 표심을 얻으려 하고 있다"며 "그가 책임져야 할 재정적자를 시민들의 몫으로 돌리고 돈을 풀겠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채권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4일(현지시간)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2bp 상승한 5.44%로 올랐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올해 최고치인 4.47%로 올랐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주요 증시는 급락했고, 전날 5년래 최고치인 1만4000을 넘은 미국의 다우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각각 1.58%, 3.01%, 2.49% 하락했다.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도 4.5% 급락했다. 유로화는 이날 유로당 1.35달러로 하락했다.
유럽의 불똥이 아시아시장에도 튀었다. 5일(현지시간) 한국의 코스피가 0.7%, 일본 닛케이지수는 1.9%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지수와 홍콩의 항셍지수도 각각 0.4%, 1.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이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메인 테마였던 유로존 위기가 올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페인은 7일 35억~45억 유로의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유로존 리스크 우려가 다시 확산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진압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스페인 정부와 마리아노 총리가 이 과제를 잘 풀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를 위해 독일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티은행의 제이미 시엘 애널리스트는 "총선이 끝나거나 혐의가 풀릴 때까지 시장은 계속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