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아주중국> "향후 10년, 중국 ‘近平民 克强勢’해야"

2013-02-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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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한국은행 전 베이징사무소장겸 JP모건 고문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近平民’ 은 힘 없는 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충을 해결해 달라는 백성들의 염원.
‘克强勢’은 부정부패와 비리 행위를 근절하고 공권력의 횡포를 억제해 달라는 뜻.

지난해 11월 15일 제18기 1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되고 중국의 차기 5세대 지도부 7명도 임명되었다. 2013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 총서기가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을 이끌어갈 리더십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G2반열에 오른 중국은 새로 출범한 5세대 지도부의 10년 임기 내에 잘 하면 경제총량에서 미국 경제규모를 넘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또 한번 비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는 소강(小康)사회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새 지도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고속성장과정에서 생겨난 엄청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문제 해결이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날로 고조되어가는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과 티베트, 신장우루무치 등 소수민족의 자치권 확대 움직임은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경우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다. 주변국과의 영토분쟁, 서방국가와의 무역분쟁, 패권화 우려 등으로 국제사회의 불만과 혐중(嫌中)정서도 쌓여만 가고 있다.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런데 원론측면에서 보면 해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시진핑 총서기 취임 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크게 유행되고 있는 ‘近平民 克强勢’라는 신조어의 실천이 해결의 실마리이다. 이 신조어는 새 지도부의 쌍두마차인 시진핑 총서기와 리커창 차기 총리의 이름(近平과 克强) 뒤에 각각 ‘民’자와 ‘勢’자를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매우 깊다.

‘近平民’ 은 힘 없는 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충을 해결해 달라는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표현이다. ‘克强勢’에는 힘있는 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부패와 비리 행위를 근절하고 거대한 공권력의 횡포를 억제해 달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위정자들이 ‘近平民 克强勢’의 자세로 국가를 이끌어 간다면 태평성대가 도래할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경우 앞으로 10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들의 이름에 이미 그러한 의지가 담겨 있으니 이 얼마나 약속된 미래를 가진 나라인가! 부디 지도자들의 이름대로 실천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에도 이 신조어를 적용하면 난제들이 풀릴성 싶다. 국제관계에서 ‘近平民’(여기서는 ‘民’을 ‘國’으로 치환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은 중국 주변의 작은 나라들과 가까워지고 평화롭게 지내라는 뜻이 될 것이며 ‘克强勢’는 힘에 기반한 중국의 신중화주의 내지 패권주의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사실 중국인들은 지난 30여년간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청(淸末) 이후 ‘아시아의 병자’라는 조롱과 함께 심하게 상처받았던 자존감을 회복
하고 빠른 속도로 마음의 병을 치유해가고 있다. 병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병이 생겨나고 있으니 곧 옛 중국의 영광을 더 빨리 회복하고 싶은 초조함과 과도한 자신감으로부터 발로되는 ‘신중화주의(新中華主義)라는 병’이다.

중국을 10년간 이끌게 되는 시진핑(가운데)이 이끄는 새 지도부.

중화주의는 본래 중국인들의 주변 민족에 대한 혈통적, 문화적 우월감으로부터 형성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황하 중류를 배경으로 발전했던 고대 화하(華夏)문명의 우월성에서 중화민족주의 내지 중화주의가 태동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변 민족들을 통합해가면서 끊임없이 그 범위가 확대되어 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화주의는 오랜 역사의 산물로 이를 간단히 중국인들의 편견으로 매도할 수 만은 없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중화주의 존재의 사실 여부가 아니고 현재의 중국 정치가나 역사가들이 중화민족주의를 확대해서 관련 있는 모든 민족을 그 안에 가두리하고 또 강역(疆域) 내의 역사를 모두 자신의 역사로 만들려하는 ‘신중화주의적 태도’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 서남공정(西南工程), 서북공정(西北工程)이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어 왔다.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고 칭기즈칸도 중국의 역사이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이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역사 왜곡을 당연시하고 영토 분쟁을 일삼는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등과 대치하고 있고, 베트남과 해양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과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14개 주변국들은 중국이 힘의 논리로 주변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태도나 지도자들의 발언 내용을 보면 아예 노골적으로 중화주의의 부활을 부추기는 양상도 나타난다. ‘만약 제국 시대라면 도서(島嶼) 분쟁의 해결은 매우 간단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실은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얼마전 사설이나, 취임 후 이런저런 자리에서 거침없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약속하는 시진핑 총서기의 발언 등이 그 예이다.

물론 시 총서기는 외국 매체등을 통해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도 않으며 팽창을 꾀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국의 발전은 이기적이지도 일방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타국에 대해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로 다른 나라를 안심시키고자 하지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대내용 발언과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냈던 애런 프리드 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도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강력할수록 공산당 정권도 대내적으로 강력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다.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주장은 ‘구두선(口頭禪, 실행할 생각 없이 말로만 거창하게 떠드는 것)’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중국 지도자들이 차제에 ‘近平國 克强勢’를 대외정책노선의 모토로 삼아 실천해 나갈 것을 권유해 보고자 한다. 옛날 주
변국에 문화사대주의를 일으켰던 찬란한 중화문화를 부흥시키고 세계로 부터 진정 존경받을 수 있는 일류 중국을 건설해 나가는 길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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