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4조원대 상속소송 맡은 판사 "선대 회장의 유지에.."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삼성 창업주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장남인 이맹희씨와 삼남인 이건희 삼성 회장 간에 벌어진 4조원대 상속 소송에서 이 회장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이맹희씨 등 형제들이 이 회장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삼성생명 주식 17만7732주에 대한 인도청구와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삼성생명 주식 21만5054주 인도청구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각하는 원고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거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 이건희 회장, 4조원대 상속 소송서 승소(상보)
• 이건희-이맹희 '상속분쟁' 선고 다음달 1일로 연기

재판부는 주식인도 청구에 대해 제척기간(법률적 권리 행사 기간)인 10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소송을 제가할 자격이 없어 각하했다. 또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과 이 회장이 수령한 이익배당금에 대해서는 상속 재산으로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이맹희씨가 지난해 2월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원고 측에는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인 고 이창희씨의 유족도 합류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측은 지속적으로 청구취지를 확장했고 지난해 12월 12일 마지막으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주식을 포함한 전체 소송가액은 4조849억여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소송가액은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2005년 이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 이후 최고액으로 원고 측이 법원에 납부한 수수료(인지대)만도 127억원이 넘는다.

소송 결과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사실 관계나 법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만큼 예상했던 결과”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원고 측은 판결문을 받고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판결을 하기 전 양측에 화목을 강조하는 의견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지난 변론기일에 양측이 선대 회장의 유지에 대해 변론했던 기억이 났다”며 “유지 중에는 이번 사건에서 논의된 유지뿐만 아니라 일가가 화합해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건의 진실 혹은 최종적인 결과를 떠나 원고와 피고 일가 모두가 화합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