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이 서민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경제 여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은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새희망홀씨는 지난 2010년 11월 출시된 뒤 40만7475명에게 3조6211억원이 대출됐다. 지난 한 해 동안은 1조9878억원이 지원됐으며, 이는 2011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연체율도 함께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새희망홀씨 연체율은 2.4%로, 2011년 연체율 1.7%에 비해 0.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새희망홀씨는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이거나, 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새희망홀씨 대출자 중 신용 등급 7등급 이하,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의 비중은 74%이다.
결국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 새희망홀씨 대출자들이 경기침체로 소득이 감소하면서 부채를 줄이지 못한 것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새희망홀씨 연체율이 무려 5.9%를 기록했을 정도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새희망홀씨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은행 건정성에 큰 영향을 끼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서민금융 지원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은행이 연체율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민층이 주고객인 상호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상호금융권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8월 말 4.14%로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시 신용등급 5등급 이하가 주고객인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3.6%다. 전년 동기 10.5%보다 3.1%포인트 높은 수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서민금융 지원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대출 상환 능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박사는 "전반적인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며 "결국 서민들의 소득은 감소하고 대출 연체율은 조금씩 올라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은행권의 정책기조가 서민경제 안정과 내수활성화에 맞물려 있으므로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초기에 정확한 위험판단을 하고, 이후 금융상담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