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업체 S사는 대기업들이 조만간 납품대금 결제통화를 원화에서 달러로 바꿀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대기업들이 납품대금을 달러로 요구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S사 재무담당 임원은“최근 엔화가치 하락으로 15%에 달하는 환차손을 입었다”면서 “대기업들의 납품대금 달러 결제 요구가 추가로 이뤄지면 20억원이 넘는 환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최근 엔저현상에 따른 환율하락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특히 대기업들이 납품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등 환차손을 협력업체에 전가하고 있어 중소기업은 안팎으로 겹시름을 앓고 있다.
31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 조선업 등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 대다수가 지난해부터 납품대금을 결제하는 통화를 원화에서 달러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부산지역 수출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 60.5%가 '이미 환율 피해를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조선기자재업 71%, 자동차부품업 68.2%, 전기전자업 65% 등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들 중소기업의 43%는 환관리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대답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납품대금이 달러로 결제됨에 따라 협력중소기업들은 환차손에 따른 실질적 납품대금 감액(30%), 단가 및 원가인하 요인 발생(30%), 환율하락으로 인한 매출 손실(20%)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납품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것이 해당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대기업의 절반 정도가 원달러 환율이 감소하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달러 결제로 변경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내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하도급관계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은 오직 원청기업의 배려에 의존할 뿐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전자부품·소재 관련 중소기업들은 납품대금을 달러로 받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외국업체로부터 받은 신용장(LC)을 기초로 협력업체에 달러화로 표시된 로컬LC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중소기업에 전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향후에도 위탁대기업의 경제적 계산에 의해 계속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해당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실태조사를 통한 시정조치 강화 및 법적·제도적 장치 강화 등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통상진흥부장은 “이같은 대기업의 자의적 결제통화 단위 변경에 따른 환차손 전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적극 실시해 불공정 사실이 있을 경우 즉시 개선토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부당한 요구를 강요받은 기업은 적극적인 제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