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 日의美에서 中의味로 바뀐다

2013-01-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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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효인 기자= 평일 저녁에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 없었던 명동 거리. 28일 월요일 저녁에 찾은 명동의 밤거리는 의외로 한산했다. 변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명동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화장품 매장 직원들의 입에서는 환영한다는 의미의 일본어 “いらっしゃいませ(이랏샤이마세)”보다 “欢迎观臨(환잉꽌링)”이라는 중국어가 더 자주 들리고. 화장품 매장 곳곳에도 중국인 직원들이 눈에 띈다.

명동거리를 걷던 중 장사를 하던 악세사리 노점 주인에게 최근 매출이 어떤지 묻자 “장사 안되서 죽겠어요. 작년 매출이 1000원이였다면 지금 200원 수준으로 줄었어요” 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기자에게 “요즘 명동 상권이 궁금하다면, 저 나무 밑에 악세사리 상점하고 있는 신 총무라는 사람한테 가보세요. 20년 넘게 이 곳에서 장사해서 명동은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라 나무 밑에서 악세사리 매점을 하고 있 신 총무를 찾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을 혼쾌히 수락하고 악세사리 노점을 조카에게 맡기곤 기자를 근처 커피숖으로 이끌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60대를 맞은 신 총무는 지난 29년전 외동딸이 고 1 때 희귀암에 걸려 치료비 마련을 위해 명동서 악세사리 노점상을 시작했다. 13년간의 노력 끝에 딸의 희귀암은 치료됐고 그 이후로도 악세사리 노점을 계속 해왔다. 지금은 명동 노점상인협회, ‘명동 복지회’의 총무를 맡고 있다.

명동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화된 모습을 지켜봐 온 신씨는 “명동에 내 청춘을 바쳤다”는 말로 시작하며 명동 상권의 최근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신 총무는 “최근 1년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명동의 중국인 관광객과 일본인 관광객의 비율이 50대50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원인에 대해 “엔화 가치 하락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 8월, 정부가 가짜명품 제품을 단속하면서 이를 찾는 일본 관광객들이 동대문으로 몰리는 것도 한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특징에 대해 “싼 것은 찾지 않고, 모조품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소비수준이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한 번은 초등학교 6학년 쯤 되보이는 중국인 아이가 지갑에서 5만원짜리를 꺼내는데, 그 안에 5만원짜리 지폐뭉치가 가득한 걸 보고 놀란 적이 있기도 하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신 총무는 또 “중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명동 거리에서 악세사리 잡화보다 먹거리 장사가 더 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길거리에서 양손에 먹을 것을 들고다니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중국인이다. 이 때문에 노점 상인들 중 일부는 이미 일본인 관광객이 좋아하던 악세사리 사업을 접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먹거리로 업종으로 전환하고 있다.나조차도 최근 먹거리로 업종을 바꿀까하고 고민 중”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따라 엔저로 침체된 명동상권을 중국인 관광객 유치로 살리기 위해선 중국 야시장과 같은 음식특화거리 조성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들은 노점이 세금도 안낸다고 반대하지만,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하고 영업허가도 가능하게 한다면 우리도 세금을 내며 장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명동 상권에 중국인이 늘어나 중국어를 배우려는데 노점 상인들에게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정부가 명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점상 주인들을 상대로 중국어 교육사업을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와 인터뷰가 끝나고 외환은행 앞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이어지는 길 500m 구간을 걷는동안 먹거리를 파는 노점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 서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옥수수콘을 팔고 있는 곳도 보인다.

이처럼 명동의 밤거리는 과거 일본관광객 중심의 미(美) 마케팅에서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미(味) 마케팅 바람의 변화가 조금씩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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