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물가협회가 서울 등 6대 도시의 전통시장 6곳에서 과일류와 견과류, 나물류 같은 차례용품 2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4인 가족 기준으로 19만4950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설 차례상 비용 18만7380원보다 4% 오른 금액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와 수산물 등 11개 품목은 내렸지만, 차례상의 단골인 과일류를 포함한 16개 품목은 큰 폭 상승했다.
한국물가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과 흉작, 연이은 한파가 가격상승을 부추긴 요인”이라며 “한파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채소류와 생육기 태풍피해를 입은 과일류의 가격상승 폭이 커 구입비용이 작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태풍 낙과 피해를 입은 배의 경우 개당 4000원 꼴로 지난해보다 22% 올랐고, 밤은 1kg 구매하는데 7840원이 들어 전년동기 대비 27.1% 상승했다. 올 겨울 한파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시금치와 애호박, 무, 대파 등 나물류도 대부분 가격이 껑충 뛰었다.
정부는 이런 심상치 않은‘설 물가’를 잡기 위해 채소 물량을 대폭 푸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가격이 급등한 채소의 경우 비축물량 3000톤을 우선 공급하겠다”면서 “추가로 필요할 경우 농협의 물량을 방출해 가격 안정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추, 무 등 주요 채소는 설이 지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들을 설 대책기간에 집중 공급하면서 물가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쌀과 사과, 쇠고기와 돼지고기, 조기와 밤 등 16개 품목을 하루 1만7000여톤씩 방출하고, 떡쌀용으로 정부미 21만여톤도 공급키로 했다.
또한 농협과 수협 등에 직거래 장터를 마련해 설 성수품을 최고 30% 할인 판매하고, 선물용 과일이나 한우도 시중보다 10~40% 염가 판매하기로 했다. aT를 통해 성수품 최적구매시기, 매장별 가격 등에 대한 정보 제공도 이뤄진다.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작황부진 등으로 수급이 불안한 당근, 양배추 등 작물에 대해서는 대형유통업체, 소비자단체 등과 지속적인 협조를 구축해 나가겠다”면서 “주 수입국인 중국 작황과 가격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책이 단기적인 물가를 잡는데 급급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먹거리, 집세 등 대표적 서민 품목 물가 가격 상승은 매년 말, 초에 반복돼 왔다”면서 “이는 정부가 매번 임시방편의 수단으로서 대응해 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식량자원개발 및 농축산 생산시스템 확충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