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주 한인의 날’과 다문화 사회 ‘한국’

2013-01-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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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지난 13일(현지시간)은 미국(하와이)에 한국인의 이민이 시작된 지 110주년이자 미국 전역에서 이를 기념해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로 정식 지정된 지 8주년 되는 날이었다.

110주년이라 하지만 미국 이민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은 최근 40~50년 동안이라 할 수 있다. 그 앞서 일본 강점기에는 한정된 이민 선조가 있었고, 한국전쟁을 전후해서는 이민 올 수 있는 국가적 여건이 되지 않았다. 1965년 미국이 이민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아시아로부터 이민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 등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 한인들은 수십만, 많게는 100만 명씩이나 거주하게 됐다. 이들 수백만 한인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지난 2005년 미국 연방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매년 1월 13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주었다. 여타 민족에서 볼 수 없었던 쾌거라 할 수 있다.

미국 이민을 오는 한인 계층은 정말 다양하다. 세탁소에서 일하며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박사 학위를 받아 전문직으로 자리 잡은 사람, 투자 비자를 받아 비즈니스를 시작한 사람, 각종 기술력을 인정받아 종업원 또는 업주 자격을 취득한 인력들, 또한 이들의 가족 등등. 이들이 지난 110주년 동안 미주에서 이룬 업적은 헤아릴 수 없지만, 언어적 문화적 장벽에 도전하고 극복한 의지와 행동을 가장 크게 눈여겨볼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은 곳으로의 이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지만,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미국 사회의 일원, 주인으로 성장한 점은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과정에는 처지가 비슷한 다른 이민자들이 도움됐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온 많은 이민자도 한인들처럼 문화적·언어적 장벽과 싸운 사람들이다. ‘다른 이민자가 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선의의 경쟁심을 유발했다.

더 넓게는 미국이 ‘이민의 나라’라는 자기규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 세계 수백 국가에서 이민을 받아들이고 미국화시킨 이 나라는 스스로를‘멜팅 팟(용광로)’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사실, 한국처럼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나라의 관점에서는 미국의 이런 현실이 잘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미국에서 지나가는 다들 비슷하게 생긴 백인 중에는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 같은 흑인이라도 일부는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에서 갓 이민 와 프랑스식 영어를 쓰는 사람도 많다. 백인과 흑인의 이민역사가 지금도 계속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근현대사가 생겨난 지 약 2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당선된 유색인종 대통령이다. 흑인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소수계들에게는 유색인종, 즉 백인이 아닌 대통령으로 종종 지칭된다. 그의 작고한 부친이 케냐에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학생 신분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그의 셀 수 없는 부친 쪽 친척들이 지금 케냐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이민가정 직계 후손이라는 점이 가끔 생각해봐도 낯설 때가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세계화는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일민족을 외쳤던 한국에도 결혼을 통해 정착한 외국인 수가 무려 20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옆집 며느리가 필리핀 사람이라든지, 당숙의 배우자가 인도네시아 사람이라든지, 이제 이런 말은 아주 흔하다. 앞으로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줄어들 현상은 아닌 듯 싶다.

이런 국제화, 다문화 시대 속에서 한국에 거주한 이민자들을 포용하고 이들의 능력을 한국의 힘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이 필요하지만 우선 열린 마음으로 이민자를 바라봐야 할 듯싶다. 나와 다르다는 편견은 서로 분열시키고, 더 나아가서 국가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너도나도 이민자, 난 아니지만 내 부모나 조부모가 이민자라며 새로 온 이민자를 당연시하는 미국의 열린 마음을 닮아야 다문화 한국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을까 한다.

엊그제 미국 법원에서 본 ‘20개 언어 통역서비스 합니다. 요청하세요. 전화 번호는...’란 각 나라 말로 된 홍보 포스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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