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앞으로 꾸준히 영어실력을 갈고 닦아서 딸에게는 본이 되는 엄마가, 고객들에게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멋진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삼성화재 애니카서비스 1호 외국인 전담 상담사인 민인경 인천콜센터 사원(46·사진)은 “타지에서 사고를 당해 애태우던 외국인 고객들이 저와 상담한 뒤 문제를 해결하고 고맙다는 전화를 할 때마다 회사는 물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민씨는 “지난 2009년 파트타임 상담사로 일하던 시절, 우연히 이전 상담사와 통화를 하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외국인 고객의 전화를 받게 됐다”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졸업 이후 손을 놓은 터라 고등학생 때 배운 수준으로 겨우 대화를 이어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통화를 계기로 파트타이머 딱지를 떼고, 최초의 외국인 전담 상담사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콜센터에서 외국인 고객들만을 상대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우뚝 섰지만, 1호라는 수식어에는 남모를 고충이 따르기 마련이다.
민씨는 “일반 상담사에 비해 콜 수가 적어 몸은 편해졌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배로 늘어났다”며 “외국인 전담 상담사를 위한 교육과정이나 매뉴얼이 따로 없어 외삼촌까지 동원해 도움을 받다, 안 되겠다 싶어 매일 출근 전 1시간씩 영어학원에서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전담 상담사가 1명밖에 없다 보니,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민씨는 “한밤 중 잠을 자다 고장출동 요청 전화를 받거나, 여름휴가 때 차를 몰고 가다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며 “한 번은 딸아이가 ‘엄마, 전화 안 받으면 안 돼?’라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씨가 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매일 꾸준히 공부해야 하고 개인적인 여가시간 조차 갖기 어렵지만, 누군가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이 길이 좋다”며 “회사뿐 아니라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보다 완벽한 상담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