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보직이라 할 수 있는 국무장관엔 존 케리 상원외교위원장(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 국방장관엔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위원, 재무장관엔 제이콥 류 비서실장이 지명됐다. 지난해 불륜추문으로 사퇴한 데이비드 페트리어스 CIA 국장 후임으론 존 브레넌 백악관 대 테러 국가안보 보좌관이 내정됐다.
4년 전 오바마 1기 내각의 특징은 공화당이나 본인과 맞섰던 당 내외 주류를 포용하기 위한 점이 강했다. 정치적인 안배가 우선됐다는 말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자신을 위협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혔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국방장관으로 두었던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다.
이런 인선 배경엔 클린턴과 같은 정치 거물의 능력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뜻도 있었고, 당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이었던 상황을 참작해 전임 공화당 대통령의 국방장관이 유임되는 ‘이변’도 있었다. 미국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서 가질 수 있는 좁은 입지를 거물이나 전임 대통령 사람을 기용함으로써 극복하려 했었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1기 최장수 장관 중 하나인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뉴욕 연방은행 총재 출신으로 재무장관 기용 전부터 금융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사람이었다. 그만큼 오바마는 인물의 능력과 정치적 배려를 주요 인선 잣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기 내각은 그런 면에서 다르다. 오바마의 세계관과 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요 보직에 기용됐다. 현 백악관에서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제이콥 류 비서실장을 재무장관에 기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얼마나 ‘자기 사람’인가가 중요하게 됐다. 게다가 오바마는 1기 백악관 임기를 꾸려 오면서 의회 등 내외부와 치열하게 부딪혔다.
민주, 공화 양당은 물론이고 서로 생각이 다른 분파 끼리 많은 정쟁이 있었던 것으로도 분석된다. 심지어는 오바마가 시카고 시절부터 함께 했던 최측근들과 새로 영입된 백악관 보좌진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2기 내각인선의 가장 큰 기준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자기 사람인가 여부다.
오바마가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기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엔 인력 풀이 1기 때보다 많지 않은 것도 있다. 험난한 1기 임기를 마치고 2기 임기를 시작하는 오바마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줄 사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의사당의 자당 의원들도 2년 후 있을 중간선거를 준비하기 바쁘다.
흑인인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국무장관 지명에 실패한 오바마 내각 인선은 백인 위주가 됐다. 이에 따라 인종 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꼭 장관이 아니더라도 오바마 행정부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소수계가 진출하는 등 인종적 다양화를 중시했던 그의 노력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현재 그에게 남은 인물 중에서 공화당의 강한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충성도를 감안하고, 또 관계가 편한 인물을 고르다보니 결과적으로 백인 위주가 됐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겉으로 드러나는 ‘빅 3’, 즉 국무, 국방, 재무장관이 오바마가 주요 이슈를 결정하게 만드는 유일한 참모는 아니다.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은 장관과 토의해 주요 이슈를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측근 보좌관이나 비공식적인 조언가의 말을 듣고 결정하고 장관에게는 지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외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자기 사람으로 구성된 오바마 2기 내각이 총기 규제, 정부 부채 한도 등 재정 문제, 불법체류자 합법화 등 주요 분야에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