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 항아리를 잔뜩 실은 수레가 좁은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누구 하나 지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길은 가파른데다가 내린 눈이 수레바퀴에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 한 선비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와 항아리를 실은 수레 주인에게 항아리 가격이 모두 얼마인지를 물었다. 수레 주인이 500냥은 될 거라고 하자 선비는 주머니를 털어 수레의 항아리를 모두 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항아리를 절벽 아래로 모두 던지게 했다. 그러자 한결 가벼워진 수레는 움직일 수 있었고, 뒤에 늘어서 있던 행인들과 수레는 모두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선비는 작은 손해를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취했던 것이다.
주식 고수들에게는 투자 원칙이라는 게 있다. 정해진 수익률을 달성하면 무조건 매도하거나, 정해 놓은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손절매한다는 것이다.
불황기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아파트와 토지 등 수익(월세)이 없는 부동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월세로 전환한다 해도 다른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융자를 끼고 사는 경우라면 더욱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적은 월세로 융자 이자를 감당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만약 테마상가를 분양받아 임대를 못한 경우라면 금융 이자는 물론이고 관리비까지 물어야 한다.
불황기에는 이익을 내기보다는 손실을 줄이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이익이 나지 않는 부동산이나 수익률이 낮은 부동산은 장기 투자가 아니라면 손실을 보더라도 처분하고 수익이 높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 또 처분이 어려운 부동산은 월세로 전환해 손실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자 싸게 내놓은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1억원 미만의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에 혈안이다. 그러다보니 임대 수요가 적은 지역이나 공급이 과다한 곳에서는 임대 여부가 불투명하고 공실도 우려된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소형화 바람은 5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의 적은 금액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시행사들의 ‘꼼수’로 보인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지난 2009년 4월 도입 이후 3년 6개월 만에 공급 물량이 20만가구를 넘어섰다. 이미 공급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시는 주차난 등의 민원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최저 전용면적을 현행 12㎡에서 14㎡로 상향 조정하고, 최대 30~40㎡당 1대 수준의 주차장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60㎡당 1대의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분양 저조로 통매각·할인매각 매물로 나오고 있다. 지역적인 편차와 수요에 따라 임대료와 공실률의 큰 차이가 예상된다.
보증금은 적게 받으면서 월세를 높이는 것이 수익률 높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공실이 발생하면 보증금을 높여서 공실을 줄이는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과감하게 투자할 때와 냉정하게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과감하게 투자할 때가 아니라 냉정하게 물러설 때다. 지나가던 길에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에 적혀 있던 글귀가 생각난다. ‘불황일 때 쫄지 말고 호황일 때 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