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서비스산업, 이젠 더 이상 내수산업이 아니다

2012-12-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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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실장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실장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고령층의 노후 생활 안정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상황이어서 일자리 창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목표가 됐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 저성장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라는 관점에서도 일자리 창출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정책적 목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의 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향상돼 많은 제조업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들은 결국 서비스업의 영세자영업자로 전락해 서비스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 전문 업종에는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는 영세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생산성도 떨어지는 등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의식전환만 제대로 한다면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의 미래는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서비스업은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서비스를 수요하는 사람이 한 곳에서 만나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규모 시장이 근접해 있으면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본 조건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큰 시장인 중국이 바로 옆에 있다. 올 해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그 중 약 300만 명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매년 300만 명의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중국인 모두가 우리나라에 한 번씩 오는데 400년이 넘게 걸린다. 정말 큰 시장이다. 이제 우리의 눈을 넓혀 서비스산업의 시장을 세계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매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환자를 모으고 한류 열풍을 이용한 각종 문화콘텐츠 수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생각한 것만큼의 가시적 성과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다름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직 서비스산업은 내수산업이라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일단 서비스산업을 내수산업으로 인식하게 되면 한정된 국내시장의 분할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은 치열한 공방을 할 수 밖에 없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간주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두고 택시업계와 버스업계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나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두고 약국과 편의점이 서로 다투었던 것, 대형 네트워크 치과의 출현을 두고 치과의사들 간에 분쟁이 있었던 것 모두 제한된 내수시장을 두고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던 우리의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는 부처 간 이견 조율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고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이쪽에선 이런 말을, 저쪽에선 다른 말을 하거나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제는 우리의 의식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2000만 명, 3000만 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수백만 명의 외국인 환자들이 우리나라 병원에서 치료 받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양질의 일자리가 여기저기서 생기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서비스산업은 이제 더 이상 내수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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