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의 계절'…주요 기업 살펴보니

2012-11-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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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정기인사가 본격 시작됐다. 가장 먼저 임원 인사의 포문을 연 LG그룹을 시작으로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최근 일부 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새롭게 조직을 꾸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적 악화에 빠진 기업이 많아 문책성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글로벌 불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이끈 검증된 경영진을 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 인사 시즌이 도래하면서 조직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다음달 초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 사장이 승진을 하게 되면 현재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조직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이 삼성전자를 이끌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다. 더 많은 사업 경험과 업적을 쌓은 뒤 1~2년 후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의가 확산되면서 재벌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도 부담스럽다. 다만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이 지난 만큼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정기인사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현재 공석인 DMC부문장의 선임 여부다. DMC부문장은 휴대폰과 IT기기를 담당하는 IM과 TV 등 가전을 담당하는 CE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유력 후보는 신종균 IM부문 사장과 윤부근 CE부문 사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올해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최고의 실적을 거둔 신 사장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만 속단하기는 어렵다.

LG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28일 LG전자 등 4개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29일에는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 10개 계열사의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LG그룹은 그동안 서열과 인화를 강조하는 화합인사를 실시해 왔지만, 올해는 철저하게 성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LG전자는 '세탁기 신화'를 이룬 조성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54년 만에 고졸 출신을 사장으로 기용하는 파격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 새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한상범 사장과 LG화학의 CEO가 된 박진수 사장도 지난 수년간 보여준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가시적인 실적을 일궈낸 인물들이다. 

최근 일부 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은 연말께 후속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년도 그룹 경영전략을 내실경영으로 잡았기 때문에 승진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터진 연비 논란과 집단소송사태로 인해 새로운 인물이 전면에 나서거나 문책성 인사가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연비사태 당시 정 회장은 직접 사안을 챙기며 임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월 남양연구소 수뇌부를 교체했다. 또 이달에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법인장에 천귀일 러시아공장 법인장을, 러시아공장 법인장에는 신명기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달 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침체의 장기화로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겪은 터라 임원들에 대해 실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SK는 그간 12월 말에 정기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최태원 회장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시기와 인사폭 등이 유동적이다. 특히 SK가 최근 계열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경영체계 '따로 또 같이 3.0'을 채택하면서 인사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부여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각 관계사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인사 평가를 하고 인재육성위원회가 검토해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최종 확정하는 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GS는 지난해까지 12월 초에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 오너 일가 4세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가 승진한 데 이어 올해도 4세 경영인의 추가 격상 여부가 주목된다.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원칙을 지켜온 GS는 올해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의 위기관리 능력 등을 인사평가에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도 김승연 회장의 재판 등으로 언제 인사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김 회장의 부재로 인해 3세 경영인인 김동관 한화 솔라원 실장의 인사이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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