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에 따르면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법사위에 상정·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택시도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 정책·재정상 지원을 받게 하는 것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에 앞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측은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이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면 22일 0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받게 되면 보조금 지원 등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여기지 때문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최대 4만8000대에 달하는 버스들이 22일 오전 4시 30분 첫차부터 운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등 노선버스는 총 4만3000대, 종사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4000대 규모 마을버스도 파업에 동참할 전망이다. 전세·관광·고속버스 등은 동참하지 않는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버스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절반에 달해 상당한 불편이 우려된다”며 “대도시는 지하철이 있지만 일반 도서지역은 지하철이 없어 버스가 없으면 큰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 평균 수송분담률을 살펴보면 승용·승합(36.41%) 다음으로 버스(31.34%)가 가장 높다. 지하철(22.86%)과 택시(9.40%)를 합친 수준이다.
국토해양부는 21일 오후 3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국 버스 운행중단에 대비한 비상수송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국토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고 운행중단 현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서울·부산 등 지하철이 있는 6개시에서는 출·퇴근 시간대에 임시전동열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막차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 코레일은 광역전철 9개 노선의 하루 운행 횟수를 2293회에서 36회 늘려 출근시간대(오전 9~11시)와 심야시간대(오전 0시 30분~1시 30분)에 18회씩 연장 투입한다.
운행중단에 참여하지 않는 마을버스도 첫차와 막차시간을 60분 연장 운행하고 전세버스 7600여대를 시내 주요 구간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외버스 운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고속버스 예비차(99대)와 전세버스(100대)를 추가 투입하고 임시일반열차(무궁화호 8대 48량)를 추가로 투입한다.
공공기관 임직원 출근시간과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하교시간도 탄력 조정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부득이하게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지각처리가 되지 않는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이날 오후 지역학교에 ‘22일 학교장 판단에 따라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라’는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경찰청은 전국 192개 구간 642km 버스전용차로를 해제하고 경찰 가용경력과 모범운전자 등 1만2000여명을 교통 관리에 투입한다.
지자체별로도 대책 준비에 바쁘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은 경기도와 서울시 하루 버스 이용객은 각각 506만명, 460만명에 달해 버스 운행 중단 시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대체 교통수단을 최대한 확보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에서 파업을 예고한 버스업체는 시내버스 55개의 1만371대, 시외버스 16개 1684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경기도는 전세버스와 관용차량을 활용해 전철역으로 시민을 수송하고 택시부제를 전면 해제해 11개 시·군 택시 4607대를 운행토록 했다.
서울에서는 66개 버스업체 7530대가 운행중단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면 지하철 운행횟수를 하루 82차례 늘리고 출퇴근 시간대와 막차시간을 1시간씩 연장키로 했다.
인천시는 전세버스 117대를 투입해 지하철 역 중심의 9개 노선을 임시로 구축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도시철도와 경전철을 증편 운행하고 임차 전세버스 450대를 기존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한다. 대구시도 시내버스 노선에 전세버스 150여대를 긴급 투입하고 도시철도 운행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137개 노선의 시내버스와 지선·마을버스 739대가 모두 운행을 중단하기로 한 울산시는 전세버스 100여대를 긴급 투입한다. 전북도는 대체버스 609대를 투입하고 택시 부제 해제,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는 시내버스 운행 중단 시 해당회사에 과징금을 물리거나 사업정지 조치를 하는 등의 제재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버스업계와 정부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법안이어서 국회 통과 이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이날 이번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와 함께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학배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향후 대중교통 정책 수립·집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택시 업계간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 생활 불편이 우려된다”며 “택시업계 발전을 위한 문제는 대중교통법이 아닌 별도 수단과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장관회의를 열고 국회에 개정안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법률안은 이해관계인간 대립이 있어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전국적인 버스파업은 처음 있는 일로 파업이 현실화되면 극심한 국민 불편이 우려되는 만큼 버스업계는 파업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