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가 공약집을 발표하는 10일 이후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후보 진영에서는 각각 방식이나 시기, 효과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다.
단일화를 위한 대화를 하느냐 마느냐는 논의로 진통을 겪을 때 보다는 진일보했지만 두 후보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선 두 후보 간 단일화 방식부터 엇갈리고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직 기반이 약한데다 지지율이 더 높아 여론조사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는 어불성설’이라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문 후보는 100만 명이 넘는 선거인단이 참여해서 선출된 후보이기 때문에 3000명 정도의 여론조사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두 후보 중 특정 후보에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은 혼합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일화 시점 역시 방법론과 맞물려 있다. 문 후보 측이 바라는 경선 방식이 도입될 경우 투표 준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정책발표가 있을 10일 이후 조속한 단일화 협상을 위한 본격적인 압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선 보다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협상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화 시점으로는 오는 25~26일로 예정된 후보등록일 이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그 이후가 될 수도 있다.
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10일 이후에도 안 후보 측은 여전히 협상을 미루려고 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단일화를 누구보다 바라는 호남민심이 안 후보 측으로부터 급격히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효과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감동적인 단일화’를 이룰 경우 두 후보의 지지 세력까지 연대할 수 있겠지만 단일화 과정이 흙탕물로 변질될 경우 예상보다 지지기반 이탈이 높을 수 있어서다.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단일화가 되느냐, 안되느냐 보다 통합과정이 얼마나 감동적인가가 관건”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설사 단일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4일 두 후보는 전북 익산에서 열린 원불교 14대 종법사 추대식에서 조우해 미묘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공식석상에서 문, 안 두 후보만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후보의 가운데에 선 장응철 종법사에게 누군가가 “꼭 단일화를 중재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단일화를 꼭 이루라는 뜻”이라며 마주선 안 후보를 압박했다.
이어 “안 후보도 한마디 해 달라”는 소리가 인근에서 터져 나왔으나 안 후보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