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한장면 |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저릿한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영화 ‘회사원’은 악평을 늘어놓자면 6매 내외의 박스를 꽉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주인공의 연기는 썩 빼어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처지지도 않는다. 내러티브 구조는 엉성하기 이를데 없다. 도대체 왜? 소지섭(지도형)이 분노의 복수를 벌이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살인청부업체라는 판타지한 회사에서 충성스럽게 근무하던 지도형이 갑자기 총을 난사하는 이유를 알길이 없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던 이가 아르바이트 킬러를 처리하지 못하고 정에 이끌리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회사원의 일상적인 삶을 절절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메타포(은유)의 풍성한 향연이다. 직장인은 누구나 총이나 칼을 한 자루씩은 차고 회사로 출근한다. 평소에는 무기를 보여주지 않다가 갑자기 총을 난사한다. 대상이 후배일수도 있고 선배일 수도 있다. 왜 총을 쏘냐고? 내가 살기 위해서다. 영화에서 처럼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나는 마치 죽을 것처럼 괴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고를 당한 이후 자살을 택하거나 노숙인이 되어 떠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낙하산을 타고 온 이사가‘현장도 모르면서’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도 한다. 영화에서처럼 이 땅의 무수한 알바생들도 잠깐 쓰다가 버려진다. 사람 죽이는 짓을 하면서 아무런 자각없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너희들은 행복하냐?고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비록 우리가 살인청부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된 삶을 살고 있는지 수없이 반문하곤 한다. 회사는 우리의 모든 것이지만 회사는 자주 우리를 배신한다. 오늘도 우리는 총칼이 난무하는 회사로 출근한다.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훔쳐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