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베이비붐 세대인 K모씨(57·남)는 지난 2009년에 조기 명예퇴직을 했다.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퇴직금의 대부분을 투자해 편의점 사업에 도전했다. 임대료와 집기 등 초기 비용만 가맹점주가 부담하면 비교적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 2년째인 지난 2010년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이유없이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주변 상권이 변하거나 유동인구가 감소하지 않았음에도 해마다 4~5%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원인을 수소문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반경 500m 이내에 4개의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연 것이다.
K씨는 "편의점이 계속 생기면서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매출이 줄고 있다"며 "점포를 오픈해야만 하는 본사 입장은 이해하지만 기존 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15일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편의점 점포당 연평균 매출이 최대 7%가량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CU(옛 훼미리마트)는 지난 2008년 연평균 점포당 매출이 5억4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4년 동안 4000만원(6.4%)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본사 매출은 1조7540억원에서 2조6027억원으로 1조원(48.4%) 가깝게 늘었다.
GS25도 점포당 연매출이 같은 기간 5억6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으로 4000만원(7.1%)가량 축소됐다. 반면 GS리테일 편의점 부문 전체 매출은 1조6221억원에서 2조5947억원으로 60%나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점포당 매출이 지난 2008년 5억2000만원에서 지난 2010년 4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코리아세븐 매출은 지난 2008년 6291억원에서 작년 1조9926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0년 인수한 바이더웨이 매출(6392억원)을 제외해도 2배 가까이 매출이 상승한 셈이다.
미니스톱은 지난 2008년 4억8000만원에서 이듬해 5억4000만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작년 4억9000만원까지 감소, 2008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본사가 과도한 출점경쟁을 펼치며 점포수를 늘리다보니 점포당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최근 몇 년간 호황을 유지하던 편의점들도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7년까지 1만개 수준에 불과하던 편의점 수는 작년 2만1221개로 4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7년 3600여개 점포를 보유했던 CU는 지난 9월 기준 7600여개까지 늘었고, GS25는 같은 기간 2500개에서 6800여개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2400개에서 6800여개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편의점 수가 급증하면서 부실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금액 기준 올해 8월 편의점 부실률은 8.8%로 전체 업종 부실률 4.8%를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