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한류

2012-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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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균(방송인, 한독 미디어대학원 초빙교수)

싸이의 활약이 대단하다. 지난 두달 동안 싸이와 그의 ‘강남 스타일’은 미국의 팝 무대를 크게 들었다 놓았다. 유튜브 조회수 3억건 돌파, 빌보드차트 2위, 유튜브 사용자 추천 214만건-세계 신기록으로 기네스 북 등재-등 기록도 놀랍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이 시간에도 유튜브 조회 기록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레이디 가가의 10억 뷰에는 못 미치지만 레이디 가가의 기록이 3년, 세곡을 합친 것임을 감안한다면 질적으로는 이미 세계 톱 가수를 추월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빌 보드 1위는 시간 문제, 세계 팝 무대 정상에 월드 스타로 우뚝 선 것이다.

싸이는 한류의 한 축인 K-팝의 대표 아이돌 가수는 아니다. 미국 무대에서 성공적 데뷔를 했다고 평가받는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등 걸그룹이나 잘 정제된 미남 아이돌과도 사뭇 다르다. K-팝계의 3대 프로덕션인 YG 소속이지만 원래는 야생마처럼 혼자 회사를 차려 활동해 온 독립부대 출신이다. 올해 35살. 본명은 박제상, 아이돌 이라기보다는 빗어 넘긴 머리스타일부터 아저씨 쪽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의 성장 이력과 행장(行狀)이 더 흥미롭다.

10월호 '월간 중앙'에 따르면 재산가인 부모 덕에 미국유학을 갔지만 하라는 국제경영 공부를 뒷전이고 제멋대로 버클리 음대로 옮긴 '좌충우돌' 청년이었다. 2001년 대마초 사건과 병역특례 입사 근무규정을 어긴 것으로 판정받고 2007년 재입대 할 때까지, 싸이는 인기는 좀 있었지만 장미빛 미래보다는 전도를 알 수 없는 불량 연예인이었다. 싸이의 젊은 시절은 그러나 겉으로 들어난 행장과는 달리 사실은 치열한 자기 투쟁과 열정으로 음악적 내공을 쌓은, 진면목이 따로 있었다. 그의 가계에는 자수성가한 이북 실향민출신의 조부와 부모가 이룬 엄격함과 근면,성실의 가풍이 있었고 때문에 싸이는 자유분방한 예인(藝人)이되, 방탕한 부자집 아들일 수는 없었다. 부모가 바란 길을 가지 않은 대신 지닌 끼와 음악적 재능을, 부모가 물려준 ‘열심히 일하는’ DNA와 결합시켜 싸이식 성취를 이루어 낸 것이다.

싸이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흥겹고 신나는 것 말고 하나 더 그의 무대 열정에 대한 감동이 있다. ‘강남 스타일’의 말춤이 재미있고 코믹하면서도 혼신을 다하는 춤사위에서 묘한 감동을 받는 이유다. 싸이는 앞에서 얘기한대로 군대를 두 번이나 갔다 왔다. 4년 7개월 군대생활을 했다. 연예인에게 군대란 무덤일 수도 있다. 인기 절정이던 아이돌 가수 유승준은 입대를 앞두고 미국으로 돌아가 버려 그의 연예인 인생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종지부를 찍었지만 싸이는 4년 7개월을 복무하고도 훌륭한, 사랑받는 가수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 온갖 규제와 사회적 모순이 이 땅의 예인(藝人)들을 때로 절망하게 하지만 싸이는 그 벽을 뛰어 넘어 세계의 스타로 당당히 나아 갔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이 시대를 주도하고 이끄는 것은 미디어다. 싸이라는 한국의 가수가 세계를 풍미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바로 21세기의 미디어-인터넷 유튜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달 사이에 3억 이상의 지구인들이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 함께 어울리고 섞여 ‘강남스타일’을 춤 출 수 있는 것은 뉴 미디어가 다리를 놓은 지구촌 시대에 우리가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를 필두로 한국의 K-팝과 아이돌 스타들이, 겨울연가와 대장금등 한류 드라머가 세계 문화계와 시장에서 거침 없는 행보를 할 수 있는 것도 절반은 뉴미디어 공(功)이다. 그리고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미디어 선진국이다. 혹자는 싸이와 같은 스타와 한류 문화가 단발성 또는 일시성에 그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류는 이미 기 소르망의 지적대로 글로벌화 한 문화 콘텐츠이며 그 특허와 저작권은 한국인만의 꿈과 끼와 꾀와 깡 속에 단단히 등록 돼 있다. 제2, 제3의 싸이가 계속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놀래키며, 웃기며, 때로 감동의 메시지로 등장 할 수 있는 이유이다. 한류는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 해 한국은 대통령선거의 해. 3명의 유력 후보들이 저마다 21세기 한국을 얘기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후보들이여 어떤가? 싸이의 말춤을 함께 추면서 21세기 문화 선진국 코리아를 함께 꿈 꾸는 것이..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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