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컬럼> 중국도 결혼하지 않는 독신여성이 늘고 있다

2012-09-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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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금융연구소 조용찬 소장

중국에 1억8000만 명의 결혼 적령기 남녀가 있다. 결혼에 대한 큰 관심에 따라 도시지역에서 행해지는 미혼자를 위한 결혼파티는 매회 대만원이다. 바쁜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결혼을 준비하는 대리결혼도 활발하다. 매주 공원에선 결혼 적령기의 자식을 가진 부모들의 모임이 있다. 공원 벽 한쪽에 붙은 벽보엔 자녀의 사진과 출생지, 연 수입 들을 자세하게 써 놓고, 관심을 보이는 다른 부모와 자녀의 이력서를 서로 교환한다. 어쨌든 결혼은 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뿌리 깊게 남아있는 중국에선 외동자녀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아이의 결혼을 중매하는 게 생활의 일부다.

이 때문에 ‘아직 결혼준비 안됐니?’라는 부모의 말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춘제(春節 설)과 국경절 연휴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외지에 사는 자녀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이 같은 사회현상을 반영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연인 렌탈서비스’다. 기본요금 외에 잠 접대, 술 접대(술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바뀐다), 육체 노동시 등 세세하게 금액이나 조건이 달려 있다. 그런데도 명절 땐 이용자가 많다고 한다.

중국에선 외동자녀 정책으로 자녀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다. 거기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한 고학력 독신자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갖고 싶은 것은 모두 손에 넣기 전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독신여성을 가리키는 『성 뉘(剩女)』라는 말이 유행한다. 한자 그대로 읽으면 남겨진 여자로 표현되지만, 중국에선 ‘도시출신으로 고학력, 경제적으로 자립한 27세 이상의 독신여성’을 가리킨다. 직업이 있고, 아파트, 자가용도 있는 고학력 독신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왜 고학력 독신여성이 결혼하지 않는 사회가 됐을까?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입이다. 고학력 여성은 남성에게도 고수입을 원한다. 중국정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월급 4000위안(약 71만원) 이상의 남성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독신여성이 8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2010년 월평균 소득은 약 3000위안 이다. 독신여성의 이상적인 수입은 사회적 기준으로 볼 때 눈높이가 상당히 높다.

또한, 중국에선 여성의 결혼 적령기는 늦어도 25세까지다. 혼기를 놓친 여성들 조차도 자신을 노처녀라고 말한다. 게다가 남성이 중시하는 결혼조건은 ‘외모’와 ‘젊음(자기보다 1~5세 이하가 이상적 배후자)’ 이므로 남·녀 사이에 연령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집 장만은 당연히 남자 몫이다. 70%의 독신여성이 결혼상대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집을 소유’하느냐다. 우리나라에서 결혼하고 나서 자기 집을 갖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중국에선 자산과 집을 갖지 못한 남성은 결혼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남자들은 대출이자 부담에도 자기 집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엔 주택투기 붐이 불면서 집값이 상승해 집을 장만할 수 없는 남성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 중국청년인구발전 상황 연구보고’에 의하면 1995년 시점에서 15~29세까지 미혼자는 51%, 2005년에는 66%로 높아져, 지금은 한층 더 증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대의 변화로 원래 갖고 있는 ‘이상적인 결혼상대’의 조건을 채울 수 없는 남녀가 많은데다 ‘타협을 하지 않는다’라는 국민성이 더욱 더 결혼의 미스 매치를 일으켜 버리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들어간 중국이 이런 미스매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향후 중국의 결혼문화를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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