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듯한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관세와 수입 규제로 한국 기업을 차별하려는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
25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새너제이에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미국 소송 배심원단이 애플의 ‘완승’이라고 할 만한 평결을 내렸다.
이들은 삼성이 주장한 특허에 대해 애플이 아무 것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애플이 제기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기술 모두와 디자인 특허 대부분을 삼성이 침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번 평결은 최근 영국이나 독일, 네덜란드, 한국의 판결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심원들이 자국 기업의 유불리를 따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법원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삼성전자가 신청한 증거와 확보한 증언을 재판부가 잇따라 기각하면서 자국 기업인 애플에 다소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는 시각이 있다.
삼성전자가 재판에서 기각된 증거를 보도자료 형태로 일반에 공개한 것도 이런 상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없지 않다.
이보다 약 20시간 앞선 24일 한국의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가 애플이 주장한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놓는 등 삼성전자에 ‘판정승’을 안겼다.
애플이 주로 디자인 특허로 삼성을 압박했던 만큼 이 판결은 삼성이 특허 부담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국내 법원은 삼성이 이른바 ‘프랜드(FRAND)’ 선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보유한 필수 표준특허 침해와 관련해 상대 제품을 판매금지할 수 있다고 해 해외에서 논란이 일었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로, 표준특허의 권리자가 이 특허 사용자 중 일부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국내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이 프랜드 불량국가(rogue state)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다소 국수주의로 흘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가 최근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것도 보호무역주의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규제를 요청한 것 역시 한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보호무역주의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