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뭄, 신흥국 경제 위협…'곡물판 나비효과'

2012-08-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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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 수입 의존도 높은 신흥국 타격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미국의 가뭄이 신흥국에 식량난을 초래하고 있다. 주요 곡창지대인 미국은 56년만의 가뭄으로 몸살을 겪으며 국제 곡물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대규모 투기성 자금까지 곡물 시장으로 몰리면서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이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가격은 한달만에 30%나 올라 이날 부셀당(27kg) 8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40%이상 상승한 밀과 대두는 각각 부셀당 8.94달러 16.5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콩가격의 급등으로 인도네시아의 두부산업은 가격 압박에 위기를 맞고 있으며 멕시코에서는 주식품인 옥수수 토틸라스 가격도 급등했다. 이란은 치킨 가격이 상승해 이례적으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7년 식품대란 때 처럼 사재기에 나선 기업과 소비자들이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식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은행(WB)의 마크 새들러 농업위험관리국 책임자는 "곡물가격 상승이 식품대란을 재연시킨다는 우려가 신흥국부터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곡물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 일부 국가들은 곡물가격이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매입을 연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요르단·이라크 등 신흥국들은 곡물을 구입하기 위해 이달들어 실물시장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 트레이더는 "한국 등 신흥국 거래자들이 크게 늘었으며 이들은 향후 두 달동안 필요한 곡물을 구입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곡물 수입국들의 가격 부담은 더해졌다. 지난주 CBOT의 옥수수 선물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과 같은 부셸당 6달러였지만 이집트 파운드로 거래된 가격은 2008년보다 21%나 올랐다. 멕시코 페소로 거래했을 경우 27%나 상승했다.

압돌레카 아바샨 유엔(UN) 식량농업기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자체의 가격은 물론 달러를 사들이는 가격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 변동세가 심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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