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우유에 이어 조미료·참치 등 생필품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정부의 물가대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당국이 전기료를 비롯해 공공요금 억제에는 성공했지만 기업까지는 막지 못한 셈이다. 특히 식품업체들의 이번 가격 인상은 콩나물과 두부 같은 대표적인 서민 제품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당국이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동원F&B 등은 햇반과 조미료·참치캔 등 가공식품 가격을 사실상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조미료 가격을 8~9% 올리기로 확정했고, 동원F&B도 극심한 원가 상승으로 참치캔 가격을 조정할 방침이다.
업계 1위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종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폭등한 원재료 가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한 참치캔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가다랑어의 국제 시세가 지난달 t당 22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아직도 내려가지 않는 등 극심한 원가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조미료업체 관계자 역시 "정부의 강압적인 시장안정 정책으로 지난해에도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는 등 손해가 크다"며 "지금 당장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CJ제일제당이 가격을 올리면 후발업체들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달 초 우여곡절을 겪으며 할인 기간을 연장한 유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50원 할인행사를 이달 말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할인행사가 종료되면 가격이 50원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서울우유는 이미 대형마트에 공문을 보내 할인행사를 종료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서울우유의 이번 조치에 경쟁사들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서울우유와 마찬가지로 가격 환원에 고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서울우유와 함께 할인행사를 끝낼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가격 환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유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2차 가격 상승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유가 주원료인 아이스크림과 커피음료 등도 연이어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식품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이 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기말로 접어든 정부가 물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기업들이 최근 한계에 도달했다"며 "대선을 몇 달 앞둔 지금이 가격 인상 적기이기 때문에 몇몇 업체의 가격 인상은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은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다가오기 전에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조바심도 드러냈다. 대선주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물가대책을 내놓으며, 또다시 기업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