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임태희 "박근혜 이기는 역전드라마 쓴다"

2012-07-0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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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대통령 비서실장-양규현 정치사회부장 대담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은 쉴 틈 없이 바빴다. 2명의 비서진에게 수시로 일정과 언론브리핑 등을 전달 받았고 비슷한 규모의 방 2개를 노타이 차림으로 오갔다.

 취재진은 임 전 실장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나’ ‘실장하면서 국정을 책임진 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 아니냐’ 등 질문 공세에 나섰다.

이에 임 전 실장은 7분여 뒤 사진 기자에게 “사진 다 찍으신 거죠”라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자신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골리앗과 맞서는 다윗의 필승 전략을 제시하면서다. 양규현 아주경제 정치사회 부장과의 대담은 6일 서울 종로 수송동 임 전 실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30분여 동안 진행됐다.

임 전 실장은 “역대 대선은 항상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후보가 결국 승리했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대선을 준비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45% 정도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대선은 세력싸움만으론 안 되고 대선승리요건(51%)을 채우기 위한 6%의 표 확장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임 전 실장은 “경선과정에서 얻어야 할 것은 확정성”이라며 “수도권, 합리적 중도, 40대 이하층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흥행이 문제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은 확장성을 외면하는 경선룰을 강행하면서 경선 흥행을 걱정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 주자들을 향해선 ‘당신들 필요없다’고 해놓고 ‘김문수 경기지사 제발 나와 달라, 김태호 의원 나와 달라’고 한다”며 “(박근혜) 도우미 후보들을 갖고 어떻게 경선이 흥행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합리적 토론회를 해야 확장성이 생기는데 당은 토론을 가급적 안 하고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런 불통과 오만의 폐쇄성, 구태의연함을 수도권, 중도, 젊은층이 어떻게 바라볼지 두렵다”며 “이대로 가면 대선 필패”라고 못박았다.

그러면 18대 대선은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아니다. 임 전 실장은 “딱 하나의 방법이 있고 그 방법밖에는 없다”며 “경선 분위기가 불타서 이변드라마가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가진 45%내외의 표 기반인 새누리당에서 어떤 후보가 본선에 나와도 가질 수 있는 기본표”라며 “당권과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국민들은 누가 6%를 플러스할 후보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이 관심 갖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택하는 흐름이 형성되면 당원들은 그 흐름을 잘 반영해서 후보를 선정해줘야 당이 살아있고 건강한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포용력, 국정운영 역량, 소통력을 꼽았다.

그는 “과거의 골목형 리더십보다는 소통 잘되는 광장형 리더십을 시대가 부르고 있다”며 “폐쇄형 보단 개방형 리더십을, 수직형 보단 수평형 리더십을 시대가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자신이, 세력밖에 보여준 게 없는 박 전 위원장에 맞서 ‘역전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게 임 전 실장의 주장이다.

임 전 실장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12월 대선에 나설 수 있다. 대선은 얼마나 시대정신에 부합하느냐와 함께 어떻게 구도를 짜느냐가 관건이다.

임 전 실장은 ‘이명박 대 노무현’의 구도를 그렸다. 그는 “이번 대선의 선택지는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다”며 “나는 이명박 정부의 정권재창출을 앞장서서 실천하겠다고, 실현시키겠다고 나섰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야당에선 여러명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자과 김두관 경남지가사 유력하다고 보는데 내 생각엔 문 전 실장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그러면 ‘실장 대 실장’의 대결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싸움에서 임 전 실장은 30년간 공직에 몸담은 경험으로 문 전 실장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행정부에선 직접 기안을 하는 사무관부터 시작해 장관까지 했고, 당에선 몸으로 직접 뛰는 실무자부터 정책을 책임지고 입법하는 데 책임을 졌다”며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결단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의 관점에서 이 대통령을 실장으로 모셔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30년 경험과 포용력, 소통을 통해 국민들의 3개 고민거리인 ‘사교육, 일자리,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가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0%대 초반인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임 전 실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는 “정부가 해왔던 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려야 하는데 현재 지지율은 감성적으로 좋으냐 싫으냐에 따라 결정된다. 노무현 정부도 말기에 지지율은 한자릿수 였다”며 “국민은 새누리당과 이 대통령을 동일체로 보지, 분리해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정부의 공과의 책임이 있는 만큼 당당히 깃발을 들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현정부의 성과에 대해 “대외의존도가 100%가 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유례없이 높이는 데 정부가 기초를 만들었다”며 “또 녹색성장, 식량문제, 자원 확보 등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비전 제시와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측근이던 정두언 의원 등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대통령 측근 비리가 또 터진 것은 정부의 공과 중 ‘과’다.

임 전 실장은 “권력주변에 끊임없이 권력을 이용하려는 측과 권력의 혜택을 보려는 인사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비리에 연루되기도 한다”며 “그래도 비리에 대해선 공명정대하고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리근절방안에 대해 우선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전 실장은 “거대한 세력을 관리하기 위해선 돈이 들게 마련”이라며 “세몰이식 정치를 지양해야 하고 합리와 상식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통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돈 들어가는 거대한 캠프를 차리지 말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쌍방향 소통을 통해 양질의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전 실장이 대선에 나온 후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은 원칙은 있지만 불통령 리더”라고 지적했다. 문 전 실장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인물"로, 김두관 지사에 대해선 "권력의지는 강하지만 좀 미숙하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겐 "신선하지만 검증이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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