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3개 주요 상장 보험사 가운데 6월 정기 주총에서 정부기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거나 선임할 예정인 곳은 총 8곳에 이른다.
보험사의 주총 릴레이는 지난 5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서 시작됐다.
삼성생명은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삼성화재는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혔다.
삼성화재의 경우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 총 5가지 의안을 30~40여분 만에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현대해상은 이틀 뒤인 7일 열린 주총에서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장 출신의 나명현 상근감사위원을 재선임했다.
또 감사원 제1사무차장을 지낸 조현명 경희대 감사행정원장을 감사위원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른바 주총데이(Day)로 불리는 오는 13일에는 동부화재를 비롯한 7개 손보사가 일제히 주총을 개최한다.
동부화재는 이날 이근영 제3대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 이수휴 제4대 보험감독원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LIG손보는 박병명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과 김기홍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각각 상근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나머지 보험사별 주총 일정은 △13일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 코리안리 △20일 동양생명 △22일 그린손보 △6월 말 대한생명 순이다.
이들 보험사 중 흥국화재, 롯데손보, 코리안리의 사외이사 라인업에는 금감원, 감사원, 국세청 요직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다.
사외이사는 통상 매월 단위로 개최되는 정기 이사회에서 회사 경영과 관련된 각종 안건을 의결하는 중요 직책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전시(展示) 주총에서 복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졸속 처리하고 있다.
특정 주주의 제안에 따라 사전 배포자료로 사외이사의 약력 및 선임 배경 소개를 갈음하고, 이의 제기 여부를 묻는 방식이다.
참석한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사외이사 선임안은 동의와 제청 절차를 거쳐 최종 의결된다.
보험업계의 허술한 주총 관행은 사외이사들의 근무태만으로 이어져 이사회에는 불참하면서 급료는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얌체이사를 양산하고 있다.
문제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평균 5000만원가량의 연봉을 월급 형태로 나눠 받고 있다.
지난 2011회계연도(FY2011) 기준 보험사의 사외이사 1인당 연간 평균 보수 지급액은 삼성화재(6492만원), 삼성생명(6183만원), LIG손보(5044만원), 현대해상(4800만원), 메리츠화재(4058만원) 선이다.
한 해 주주농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첫 주총이 가벼운 의사봉에 휘둘리고 있지만, 각 보험사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약식 주총은 발언권을 가진 주주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 역시 경력과 능력에 따라 선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