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동 직전까지 만남이 어떤 분위기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게 양당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존칭을 생략한 채 “박근혜는 독재정권을 이끌던 박정희 딸”이라며 박 비대위원장을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냉랭한 분위기가 흐를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회동은 서로 웃음이 오가고 덕감을 건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0분가량 진행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민주당이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다. 앞으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한 대표도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어떻게 보면 2012년이란 해는 여성들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정치가 가장 후진적인데 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혁신의 작업을 함께 할 수 있게 돼 참 좋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은 대립각을 세우는 공방전이 아니라 탐색전 성격이 강해보였다. 주된 화제도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에 국한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공천을 힘있는 몇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4ㆍ11 총선에서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도 국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면 국민의 뜻과 눈높이에 맞는 공천 혁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경선이 부작용없이 되려면 여야가 동시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선거법 개정 논의를 서두를 것을 제안했다.
이에 한 대표는 모바일투표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이렇게 공천을 하면 낡은 정치, 조직정치, 돈 정치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강조하며 관련 자료를 건넸다.
한 대표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징역 1년형이 확정돼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구명하기 위한 '정봉주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를 요청했고, 박 비대위원장은 검토하겠다고 했다.
양당 대표는 총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당의 수장을 맡은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대표가 “많이 어려우시죠?. (당선의) 기쁨은 한순간이고 어려움이 닥치기 때문에 박 비대위원장도 어려우시겠구나 생각하면서 왔다”고 말했고, 박 대표는 “같은 것 같습니다. 같이 힘을 합하자”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