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고용, 소득창출과 기부 등 사회기여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발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부의 편중과 환경오염, 부패 등 부정적 측면의 중심에 기업이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성장이 사회·경제구조를 좌우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됨에 따라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서 촉발된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도 부의 편중과 금융권의 과욕 등 자본의 불균형에 대한 해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빈부격차와 실업률 증가에 대한 CSR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재계 총수들이 이구동성으로 기업 경쟁력의 근원은 사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며,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는 국민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 해가 되겠노라는 새해 포부를 밝힌 것은 이와 같은 최근의 세계적 트렌드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CSR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공헌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 바로 CSV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CSR에서 더욱 발전하여 처음부터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창출을 기업 본연의 책무로 설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가 주장한 이 개념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킴은 물론, 사회문제를 기업의 경제적인 가치창출과 일체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CSV의 대표적 사례로 탐스슈즈(TOMS shoes)가 많이 인용된다.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한 켤레를 제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일대 일 기부공식(One for One)'을 확립했다. 탐스슈즈는 사회의 공익적 이슈를 기업 마케팅과 연결시킨 소비창출의 성공적 사례로 대표된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담긴 의미 즉,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KSD)도 CSV와 관련하여 경영이념을 '공동가치창조경영'으로 정립하고 많은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KSD나눔재단'을 통한 폭넓은 장학사업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위캔(WE CAN)'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들 수 있다. 이는 학생과 장애인의 경제적 안정과 자립을 도움으로써 그들의 금융시장 참여 및 이용을 도와주고 종국에는 금융시장 핵심 인프라인 KSD의 발전이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공유가치의 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기업윤리연구소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Ethisphere Institute)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100대 글로벌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그 심사기준 중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한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윤리 바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미래가치는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 자체도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글로벌 패러다임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